슬쩍 사라져가는 에티켓, 미풍양식으로 살려야...
어느 가게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낯선 미국할아버지가 내가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주었다. 물론 내가 더 행동이 빠르지만, 천천히 허리를 굽혀 주워서는 나한테 건네줄 때까지 기다려서 Thank You’ 했는데, 그 할아버지가 기분 좋게 웃는 모습을 보며, 새삼스럽게 ‘그래 이것이 레이디 퍼스트라는것이지...’했다. 남녀가 터무니없이 불공평하던 시절에 ‘여자먼저...’ 즉 ‘레이디 퍼스트(Lady First)’란 개념이 생긴 이유는 여자는 남자가 보호해주어야만 할 정도로 약하기 때문이었다고들 하는데 과연 여자가 그렇게 약할까? ‘여자는 약하나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은 남자들이 자식 키우는 어려운 책임을 좀 회피해 볼까하고 만들어낸 말이 아닐까 의심해본다.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르겠으나 내 생각으로는 여자나 남자나 다 공평하게 강하기도하고 약하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여자를 약하다고 한 것은 맘에 안들어도, 그래서 여자들을 먼저 배려를 해주었던 그 에티켓에 대해서는 전혀 이의가 없다.
팔자걸음으로 손을 휘두르며 걸어가는 남자의 한걸음 뒤에 보따리 들고 어린아이 손잡고 여자가 따라가고 있는 광경은 내 어린시절 서울거리에서도 흔히 보는 장면이었다. 오늘날 젊은 세대의 남자들이 아이들을 봐주고 설거지를 해준다고 하고, 이민사회에서 남존여비의 사상까지는 못 내 세운다 해도, 사람들이 붐비는 한국 식품점이나 한국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에서 맞부딪치는 우리나라 남자들의 모습을 볼 때에 그저 예전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남자들에게는 아예 [레이디 퍼스트]정신이 없었으니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치더라도, 서구사회에서도 남녀가 비교적 공평한 대접을 받기 시작하자 왠지 ‘레이디 퍼스트’가 슬슬 꼬리를 감추고 있는 것 같다. 여자가 손을 얹고 걸어갈 수 있도록 오른팔을 굽혀 내미는, 정장차림에 신사모를 쓴 폴 뉴먼 같은 신사는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다. 일류 대학 졸업식에 상을 받고 연설을 하는 여학생이 많아지고 도로 공사판에 까지도 여자가 등장해서 그러는지 어느 장소를 막론하고 여자를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남자들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강해보이고 싶은 남자의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여자에게 친절한데서 더욱 나타난다는 그 비결을 보통 남자들이 아는지, 또한 여자에 대한 배려를 해줄 때에 여자들이 더욱더 여성다워진다는 것도 아는지 모르겠다. 약하고 강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남자가 남자답고 여자가 여자다울 때에 건전한 사회가 이루어진다는 믿음으로 슬쩍 꼬리를 감추어가는 ‘레이디 퍼스트’가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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