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한국의 선거결과를 지켜보았습니다. 선거에 참여 못하는 제가 너무나 실망스러웠지만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선전을 하고 있어서 그나마 좀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간호사나 의사는 일반적으로 정치와 참 관련이 없는 듯합니다. 예전에 광우병 이야기가 심각할 때 병원에서 만난 여러 한국 의사 분들 별로 관심이 없으셨습니다. 좀 관심 있는 분들도 그냥 ‘광우병이 그렇게 쉽게 걸릴 수 있는 병이냐’ 라고 반문 하는 정도였습니다. 왜 한국에서 촛
불시위가 벌어졌는지 왜 광우병이 수면 위에 떠올랐는지에 대한 이해를 하고 싶어 하는 분도 별로 없었고 그것을 말하는 저를 이상한 간호사로 보기도 했습니다.
한국 사람뿐 아니라 병원에 있는 동료 간호사들도 광우병, 촛불시위, 전직 대통령의 죽음, 천안함 등에 관심을 가지는 절 이상하게 생각 합니다. 너와 상관이 없는 일인데 왜 그렇게 관심을 갖니? 차라리 정치를 해라 등등. 병원 생활을 하다보면 필리핀이란 나라와 친하게 됩니다. 안 친해질 수가 없습니다. 병원간호사의 대부분이 필리핀에서 왔기 때문에, 쉽게 말해, 필리핀 간호사들한테 찍히면 병원생활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병원에서 별일 없이 잘 지내려면 필리핀 간호사들과 친해야 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필리핀 동료가 그랬습니다. 자기 나라는 전 세계에 간호사와 파출부를 수출하는 나라라고. 나라가 못 살기 때문에 나라에서 외국에 나가서 간호사하고 파출부하라고 적극적으로 도와줍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서 돈을 벌고 송금을 해도 나라는 여전히 가난합니다. 돈이 없으면 병원에 못가서 그냥 죽습니다. 돈이 없으면 정부가 운영 하는 병원에 가서 그저 하염없이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운이 좋아 차례가 되어서 의사를 만날 수 있지만 의사를 만나도 역시 돈이 없으면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습니다. 돈이 있으면 차례를 기다릴 필요 없이 차례를 건너뛰어서 의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부정이 그저 받아들여집니다. 돈만 있으면 원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사람의 목숨이 그저 돈에 달렸습니다.
잘 사는 필리핀 친구들은 별장도 있고 한류에 빠져서 한국에 관광가고 한국 DVD에 한국 옷에 한국 액세서리에 하고 싶은 거 다합니다. 그런데 한쪽엔 쓰레기 더미 속에서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월드비전’이나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 같은 곳에선 여전히 필리핀의 아이들을 후원하라고 합니다.
남의 이야기 같은 먼 나라 필리핀을 보면서 요즘은 가끔 어쩌면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같이 더불어 잘 사는 사회보다는 내가 더 먼저 잘 살아야 하고, ‘내일이 아니니깐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 없다’라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생하는 정치인들을 보며, 반대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는 그냥 없애고 무시하려는 정치인들을 보며 또한 법을 어기고 부정을 해도 그저 그럴 수 있겠다고 받아드리는 사람들을 봅니다. 당장 나와의 이익 관계가 없다고 무시하고 그냥 지내면 필리핀을 따라잡는 것은 어쩌면 한 순간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난 뒤 한동안 많은 병원사람들이 제가 한국에서 온 걸 알고 김연아 선수의 아름다움을 칭찬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칭찬해줬습니다. 그 칭찬을 들을 때 아직은 대한민국 여권을 가진 저는 기분이 으쓱했고 참 행복했습니다. 마치 아주 든든한 백에 기대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언젠가는 미국 독수리 여권을 신청하기 위해서 선언을 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계시고 제가 태어난 곳인 대한민국은 나의 조국입니다. 내가 태어난 그 곳이 세계에서 제일로 좋은 곳, 행복한 곳, 잘 나가는 곳이길 너무나도 바랍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보존해서 제 아들과 또 손자에게도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 김연아의 금메달 시상식을 보는 그 벅참과 감동과 자랑스러움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미국에 있는 많은 분들은 직접적으로 선거에 참여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항상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간접적으로라도 대한 민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란 질문에 “한국에서 왔어요.” 라고 했을 때, 그들의 대답이 “아, 그 ‘매쉬’에서 본 그 나라.(I know your Korea. I watched drama
M*A*S*H.)”가 아니고,( ‘M*A*S*H’는 야전병동이란 뜻으로 미국 TV에서 제작한 한국전쟁당시 미국군의관들의 생활을 그린 드라마로, 한국을 비하 하는 내용이 있어서, 어느 나이 많은 환자 분은 한국이 여전히 그 드라마속의 생활을 하고 있어서 내가 돈을 벌기 위해 미국에 와서 한국에 소로 논 경작하는 부모님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 줄 알고 안타까워 하셨다. ) “아, 그 김유나의 나라, 참 아름다운 나라지요, 서울을 잘 알아요. 참 대단한 나라입니다. 한국의 사회보장제도에 감탄을 해요.” 이런 말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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