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 하한선 폐지
▶ 대출 많은 동유럽... 투자가 공포 커져
연초부터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16일 스위스 발폭탄이 터졌다.
유럽 연합(EU)의 양적완화 조짐에 스위스 중앙은행이 15일 3년간 유지해 온 환율 방어막인 환율 하한선 유지정책을 전격 폐지하면서 미국과 유럽, 아시아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스위스 중앙은행(SNB)의 전격적인 최저 환율제 폐지 선언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여러 가지 위험한신호를 보냈다. 당장 스위스 경제는 통화가치 상승으로 디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며 스위스 프랑화 대출이 많은 헝가리 등동유럽 국가들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유럽국채를 사주던 스위스의 이탈로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약발이 떨어지고 주요국 증시·국채, 금 등 자산가격이 극도의 혼란을 보이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SNB의 결정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의 견인차였던 주요국 중앙은행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유로존·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무려 10조달러의 시중 유동성을 뿌리고 장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는데도 글로벌 경기는 여전히 취약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SNB가 환율방어에 대해 사실상 항복선언을 하면서 다른 중앙은행의 신뢰도도 덩달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일단 SNB의 결정에 외환 투자가들의 공포가 크다. 안정적인 통화정책으로 신뢰도가 높던 SNB를 믿고 스위스프랑화 약세에 베팅한 헤지펀드나 자산운용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카고 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 투기적 투자자들의 스위스 프랑화에 대한 매도 포지션은 2만4,833계약(35억달러 규모)에 달했다.
스위스프랑화 가치 급등으로 헝가리·폴란드 등 동유럽 기업이나 개인 대출자들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헝가리는 2011년 스위스 프랑화 가치가 올랐을 때 수십억달러의 보유외환을 헐어 이들 대출자를 구제한 바 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SNB의 ‘무질서한 후퇴’로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감이 커졌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SNB의 결정으로 중앙은행은 전지전능하지 않고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교훈이 생겨났다”고 비판했다.
특히 투자가들이 중앙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통화정책 선제안내)나 메시지를 믿지 않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시장 혼란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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