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60세대 유권자 급증 보수화 추세, 최근 총선 2030 투표율 상승세로 반전
▶ ‘권불10년론’ 야권 기대... 예단 어려워
지난 4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내년 한국 대선에서는 표밭이 보수·진보 중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까?”
2017년 12월20일 치러지는 한국의 19대 대통령 선거가 1년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에서는 대선을 4개월 앞두고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문재인·안철수·김무성 전 대표 등 여야 대선주자들의 워밍업이 본격 시작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최근 한국을 방문해 대선 출마 애드벌룬을 띄웠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승부를 가르는 주요 변수 가운데 표밭 구조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대결 구도, 바람, 시대정신 등 여러 변수들 중 ‘선거 운동장 기울기’는 승패를 미리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임이 분명하다.
지난 4월13일 20대 총선이 치러지기 전까지만 해도 “선거 운동장이 보수쪽에 유리하게 기울어졌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압승을 거둔 뒤로 역대 대선과 총선, 재보선 등에서 새누리당이 연전연승을 거듭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야권 패배의 원인을 ‘기울어진 운동장’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2012년 대선 당시 50대 이상의 고령층 유권자 수는 2002년 대선과 비교하면 570여만명 더 늘었다. 2030세대는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이 불었던 2002년 대선 당시에는 전체 유권자의 48.3%에 달했으나 2012년 대선 때는 전체의 38.2%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5060세대는 전체 유권자의 40% 수준으로 늘어났다.
정한울 고려대 연구교수는 2012년 대선을 몇 달 앞두고 “보수성향이 강한 5060세대 유권자의 급증으로 박근혜 후보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면서 5060세대의 파괴력을 예견했었다.
통계청 추정치를 보면 2017년 12월 대선 때 5060세대는 총 1,858만명으로 전체의 45.1%로 크게 늘어난다. 반면 2030세대는 총 1,429만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34.7%로 줄어든다.
나이가 들수록 대체로 보수화로 흐르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추세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고령화가 보수화를 가져 왔다. 물론 미국에선 늘어나는 이민자들이 보수화를 상쇄하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고령층 투표율이 젊은 층의 투표율보다 훨씬 더 높은 편이다. 이같은 표밭 구조가 지속된다면 보수성향 여당인 새누리당이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등 야권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하지만 지난 4·13총선에서 ‘2030세대’의 투표율이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기울어진 운동장’이 상당히 교정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체 유권자의 10.4%(436만여명)을 조사한 뒤 최근 발표한 ‘4·13총선 투표율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대 후반(25∼29세)의 총선 투표율이 49.8%로 19대 총선보다 11.9%포인트 올랐다.
이어 20대 전반(20∼24세)이 55.3%로 9.9%포인트, 30대 전반이 48.9%로 7.1%포인트 올랐다. 상대적으로 야권·진보성향이 강한 2030세대의 투표율 상승폭이 컸던 셈이다.
반면 50대의 투표율은 62.4%(19대 총선)에서 60.8%(20대 총선)로 줄었다. 60대 이상의 경우는 68.6%(19대)에서 68.7%(20대)로 거의 비슷했다. 다만 2030세대의 투표율이 높아지긴 했지만 50% 안팎에 머물러 평균 투표율(58.0%)을 밑돌았다. 60대와 70대 투표율은 각각 71.7%, 73.3%로 평균 투표율을 크게 웃돌았다.
고령층 투표율은 주춤해진 가운데 젊은층 투표율이 갑자기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 전문가는 “청년층 취업난 등으로 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젊은층이 과거에 비해 투표장을 많이 찾은 반면 장년층 이상은 여당의 공천 내홍 등에 따른 정치권에 대한 실망으로 젊은층에 비해 투표장을 덜 찾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투표일에 앞서 이틀 동안의 사전투표 기회가 부여된 것도 젊은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게다가 고령화가 반드시 보수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정한울 교수는 “2012년 대선 당시 40대였던 유권자들은 민주화 운동 경험을 가진 경우가 많아서 50대가 되더라도 자동적으로 보수화되지 않는 특수성을 갖고 있으므로 2017년 대선 표심의 향배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유권자의 고령화가 보수에 유리해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낳는다는 가설은 상당히 흔들리게 됐다. 게다가 보수정권 10년에 대한 피로감과 불만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라는 주장이 많다. 이른바 ‘권불십년(權不十年)론’이다.
권불십년의 뜻은 정권이 10년 이상 길게 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대통령은 5년 단위로 바뀌었지만 세력과 이념 측면에서 보면 10년 단위로 정권이 교체된 경우가 많았다.
1987년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뒤 노태우-김영삼 정부 10년(보수),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진보)을 거쳐 보수성향의 이명박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잇달아 들어섰다. 특히 4·13총선 결과를 보면 박근혜 정부와 보수세력의 국정 운영에 대한 피로감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내년 대선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론’과 ‘권불십년론’ 외에도 다양한 변수가 개입될 것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 및 야당 분열 체제가 들어선 것도 내년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북한 움직임 등 의외의 돌발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여야 어느 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아직은 대선주자들이 출발선에도 서지 않고 몸을 풀고 있는 단계이다. ‘준비된 대통령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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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서울지사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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