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김무성·안철수 여야 대선주자 분주한 여름나기
▶ 사드 등 주요 이슈 전선에서 벗어나 ‘이미지 정치’ 주력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5일 경남 창원시 의창노인복지관 식당에서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달 25일 독도를 방문, 경비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지난달 22일 열린 글로벌 창업 무역스쿨 입교식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
2017년 대통령 선거의 ‘시대정신’과 최대 이슈는 무엇일까? 한국 사회의 병이 무엇인지 제대로 진단하면 처방이 나온다. 그것을 잘 다듬으면 시대정신과 이슈로 압축될 수 있다. 하지만 여야 대선주자들은 아직까지 시대정신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요즘 분주한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1년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열매를 따내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대표를 뽑는 8월 전당대회 결과에도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들 중에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면서 국민을 설득하려는 정치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찬•반 여론이 뚜렷하게 나뉘어져 있는, 민감한 안보 이슈여서 잘못 끼어들었다가 표를 잃게 될까 걱정해서인지 사드 이슈 전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려는 계산을 하는 것 같다. 중요한 이슈에서 비켜서서 이미지 관리에만 주력한다면 진정 우리 사회 미래를 개척할 지도자가 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는 그때그때의 ‘시대정신’에 맞는 이미지를 갖추거나 구호를 외친 정치 지도자들이 결국 대권 고지에 올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부정권 종식과 민간정부 출범과제를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는 ‘문민 대통령’ 이미지를 선점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관리와 평화적 정권 교체를 위한 ‘준비된 대통령’ 구호를 내세워 사상 처음으로 여야 간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오래된 기득권층을 바꾸고 사회 전반을 물갈이할 수 있는 비주류 지도자‘ 이미지로 바람을 일으키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CEO(최고경영자) 출신 대선후보’로 포장해 대권을 차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소신과 원칙의정치인’ 이미지를 내세우고 경제민주화 의제 등을 선점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물론 이들이 정권을 잡은 뒤 시대정신을 제대로 실천했느냐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내년 대선에서도 시대정신을 잘 포착하고 이슈를 선점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유명한 선거 전략가인 조지 레이코프가 쓴 선거 전략 책자인‘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Don’t think of an elephant)‘는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 미국 민주당이 2004년 대선에서 패배한 것은 ‘코끼리’로 상징되는 공화당이 던진 의제에 말려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요즘 여야 대선주자들은 어떻게 여름을 보내고 있을까? 해외에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제외하고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략적으로 해외와 국내를 넘나들고 있다. 지난달 네팔과 부탄을 방문하고 귀국한문 전 대표는 최근 독도를 찾는 등대선 레이스 시동을 걸고 있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부탄을 찾은데 이어 머지않아 ‘잘 사는 복지국가’인 북유럽을 둘러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4•13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사건 여파로 당 대표직에서 사퇴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8월3일 ‘원주 사회적 협동조합’ 초청 강연을 위해 강원도를 방문하는 등 대선 워밍업에 나섰다.
안 전 대표는 9월 정기국회 전까지 중소도시 위주로 전국을 돌면서 강연과 민생 현장 체험을 할 예정이다.
여권에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가장 먼저 대선 행보에 나섰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말 1,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만찬 행사를 가진 데 이어 1일 배낭을 둘러매고 ‘전국 민생투어’에 나섰다. 그는 전남 진도의 팽목항에 이어 소록도, 5•18 묘역을 찾는 등 친서민 이미지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총선 패배 이후 서울 혜화동에 차린 ’공(共)•생(生) 연구소‘에서 참모들과 토론하면서 개헌과 양극화 해소 등에 대한 책도 집필하고 있다. 정계은퇴 선언 후 전남 강진의‘ 토굴’에 머물고 있는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은 9월 추석 전후 정계 복귀를 위해 하산 채비를 하고 있다.
광역단체장 가운데 야권의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여권의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은 지방자치와 중앙정치 두 무대에서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 대구 출신의 유승민 의원(새누리당)과 김부겸 의원(더민주)도대선 도전 몸 풀기에 나섰다.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은 이미지 관리, 유권자와의 스킨십, 국가 경영 공부 등으로 요약된다. 시대정신 제시는 ‘준비 중’이라고 양해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시급한 안보•민생 현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문제다.
사드 배치 및 이와 관련된 중국의 협박,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도발, 미국 대선후보들의 보호무역주의 발언 등 외교안보 현안, 성장 둔화 및 양극화 등 경제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는 대선주자들을 찾기 힘들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유력 대선주자들이 찬반 논란이 있는 이슈에 대한 입장 표명을 회피하면서 고추밭이나 독도를 찾아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지도자라면 7 대 3이나 6 대 4로 의견이 갈리는 현안에 대해서도 욕먹을 각오로 입장을 밝히고 시대정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커브 등의 ‘스몰볼’이 현란해 보여도 직구를 기본으로 하는 ‘빅볼’을 이기긴 어렵다”면서 “빅볼을 구사하는 정치지도자들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안팎의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중국 패권 경쟁과 북한의 도발, 일본의 우경화 등에 따른 동북아 정세의 요동, 한국 경제의 저 성장-저 고용 위기,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 확산 등이 중첩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와 통일’ ‘성장‘ ’적정한 복지 확대‘ ’소통과 통합’등의 개념 중에서 시대정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들은 등불을 밝혀주고 기댈 수 있는 믿음직한 대선주자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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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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