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당선되면 내년 대선 변수 주목…‘사드 배치’유동적
▶ 클린턴 승리하면 큰 영향은 없어… 한미동맹 강화될 듯
지난 26일 미국 대통령후보 간의 첫 TV토론은 태평양 건너 한국의 정치권과 국민들에게도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서울의 조간신문들은 일제히 28일자 1면 주요 기사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뜨거운 설전을 비중 있게 다뤘다.
‘트럼프를 바늘처럼 콕콕 찔렀다-워싱턴포스트’(조선일보) ‘클린턴 “동맹 핵무장 않게 보호” 트럼프 “한·일 방위비 더 내야”’(동아일보) ‘공세의 클린턴, 수세의 트럼프’(한겨레)주요 신문 1면에 편집된 기사들의 제목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은 워싱턴특파원이 보낸 미국 대선 TV토론 분석 기사를 1면 톱에 배치했을 뿐 아니라 토론 내용과 해설 기사를 2개 면에 걸쳐 상세하게 보도했다.
미국 대선 TV토론이 서울에서도 주요 화두로 등장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클린턴과 트럼프가 한반도 정책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국의 외교안보 상황과 정책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클린턴과 트럼프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2017년 한국의 대선 구도도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첫 TV토론에서 한미동맹과 한반도 정책을 둘러싼 클린턴과 트럼프의 발언은 ‘현상 유지’ 대 ‘변화 예고’로 요약될 수 있다. 클린턴은 “일본과 한국의 동맹에 ‘우리는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고 그것을 존중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시켜 주고 싶다”며 “우리의 (동맹 방어) 약속이 유효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북한 핵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핵을 포함한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공약을 재확인한 셈이다.
반면 트럼프는 “우리는 일본을 방어하고 한국을 방어하는데 그들은 우리한테 (공정한 몫의) 돈을 안 낸다”면서 “우리가 재정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등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촉구한 것이다. 2014년 타결된 제9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서 양국은 우리 측이 2014년 기준 9,200억원의 분담금을 지불하고 매년 전전년도의 소비자물가지수 인상률을 반영하기로 했다. 이 정도 금액은 주한미군 주둔비용 전체의 절반 정도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전옥현 전 국정원 제1차장은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두 후보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 “만일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안보에 무임승차는 없다’면서 한국에 돈을 더 내라고 줄기차게 요구할 것”이라며 “한미동맹 강화를 역설하는 클린턴은 한국에 대해 미국·중국 사이의 균형 외교보다는 미국에 더 가까워지기를 주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전 차장은 “트럼프가 된다면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하려는 계획과 일정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면서 “트럼프는 한국에 사드를 구입해 스스로 배치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여야 정치권은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한국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한국의 진보 세력이,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면 한국의 보수 세력이 각각 유리할 것이라는 가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같은 프레임이 적용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클린턴이 승리한다면 한국 대선 판을 흔드는 효과는 적을 것”이라며 “만일 트럼프가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된다면 한국의 여야 정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각각 반기문·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리고 다크호스들이 새 바람을 일으키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황 평론가는 이어 “미국에서 8년 집권한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가 오히려 기득권 세력이고, 도전자인 트럼프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백인 계층의 분노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면서 “따라서 이번에는 전통적인 공화당·민주당 프레임과 연계시켜 한국 여야 정당의 유불리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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