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 진보 엇갈린 반응...”비정상의 정상화” “정치 보복”
▶ 문재인 정부 ‘과거 정부 지우기’...협치 위한 수위조절 주목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탈권위·소통 행보와 최측근 2선 후퇴 등 파격적 인사로 큰 박수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이른바 ‘적폐 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이명박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 감사 지시를 내리자 정치권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보수 야당에서는 “그동안 세 차례나 감사가 이뤄진 4대강 사업에 대해 재감사를 지시한 것은 정치 보복 우려가 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이 내건 ‘야당과의 협치’ 추진 과정에서 4대강 재감사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따라서 4대강 재감사 추진은 협치와 적폐 청산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문재인정부의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22일 4대강에 있는 16개 보 가운데 녹조 발생 우려가 심한 6개 보를 내달부터 상시 개방하고 4대강 사업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밝혔다. 청와대는 정책감사에서 명백한 불법 행위나 비리가 나타날 경우 상응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정부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업무 지시’를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와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지시 등을 내렸다. 또 검찰 내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 지시 등을 통해 검찰 개혁에 착수한 데 이어 4대강 정책 감사 지시를 내놨다. 문재인정부는 이밖에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추가 수사,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진상조사, 세월호 참사 재조사,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재수사, 방송 개혁, 전교조 재합법화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정부의 역점 정책이었던 4대강 사업에 대해 감사를 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 보수·진보 정당은 정반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국민의당·정의당은 이번 감사를 ‘비정상의 정상화’로 평가하며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보수 성향의 바른정당은 ‘정치 감사’라고 규정하며 우려의 뜻을 표시했다.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4대강 사업은 이명박정부 때 국민과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2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를 들여 만든 수(水)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면서 “부정·비리가 드러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이명박정부 당시인 2011년 11월과 2013년 1월,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3년 7월 등 세 번에 걸쳐 감사원 감사가 이미 실시됐음을 강조하면서 “정책 감사를 가장한 ‘정치 감사’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그들은 노무현(전 대통령) 자살을 MB(이명박 전 대통령) 탓으로 여긴다”며 “이런 식으로 나라 운영을 하면 이 정권도 곧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강하게 공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정부는 감사와 재판, 평가가 끝난 전전(前前) 정부의 정책 사업을 또다시 들춰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기보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후속 사업을 완결하고 확보한 물을 잘 관리하여 당면한 가뭄을 극복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수 진영의 반발이 거세지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24일 ‘4대강 정책 감사’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영주 최고위원은 이날 “4대강 정책 감사 지시를 두고 정치 보복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정책 감사는 정치 보복이 아닌 자연 복원”이라고 말했다. 또 녹색연합 등 40개 환경단체 모임 한국환경회의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 재감사를 놓고 진보·보수 진영 간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어서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어느 수위에서 풀어갈지 주목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41%의 득표율로 당선되고 과반 의석(150석)에 훨씬 모자라는 120석의 집권당 출신이라는 점에서 ‘약체 대통령’이 될 수도 있지만 탈권위·소통 행보 등으로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강한 대통령’이기도 하다”면서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지지층이 바라는 적폐 청산과 야당과의 협치 등 두 가지 과제가 충돌되지 않도록 지혜롭고 치밀하게 잘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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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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