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이라도 고주망태가 되지 않으면 남들이 더 놀라는 기색을 보인다.
코케인이나 크랙의 도움없이 한나절이라도 버텨내면 남들 이전에 자기 자신도 대견한(?) 느낌에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가 묵는 호텔방에는 밤마다 짙은 화장을 한 여자들이 들락거린다.
타락의 끝은 죽음, 그래서 막가파 인간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겁내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시험하고픈 유혹에 빠져든다고 했던가. 타락의 모든 것을 섭렵한 그가 마지막 보루를 지나칠 리 없었다. 때로는 자기 육신에 칼을 긋고 자기 영혼에 총을 겨누고, 또 때로는 초고속 스피드로 자동차를 몰다 아무렇게나 핸들을 꺾어버리기도 하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프로복서 알렉시스 아르게요(48).
프로복싱 황금기인 지난 70년대 무려 6년동안 WBA 페더급 세계왕좌를 지키는 등 3체급 에 걸쳐 지구촌 주먹제왕으로 우뚝 섰던 우상. 조국 니카라과 정부의 ‘관제’ 영웅대접을 마다하고 반정부 혁명 대열에 뛰어들었던 열혈 투사.
풍운의 주먹 아르게요는 그러나 글러브를 벗은 뒤 끝없는 타락으로 다시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68년 8월1일 불과 16살 때 가진 4회전짜리 프로데뷔전에서 무명 카초로 아마야에게 1회 TKO로 깨지고 25년뒤인 95년 1월21일 가진 88번째이자 생애 마지막 경기에서 스캇 윌리엄스에게 10회 판정패로 물러난 데서 보듯 경이로운 통산전적(80승8패, 64KO)과는 달리시작과 끝이 좋지 않았던 아르게요는 은퇴뒤 끊임없이 좋지 않은 뉴스만을 양산했다. 복잡한 성생활·알콜중독과 마약중독·자살소동.
아르게요를 아끼는 사람들은 패배를 모르는 그가 아론 프라이어의 주먹에 두차례나 무참히 쓰러진 뒤 심한 상실감에 시달리다 방탕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한다. 그는 82년 11월12일 마이애미에서 개인통산 4번째 체급인 WBA 주니어웰터급 세계타이틀을 놓고 프라이어와 맞붙었으나 14회 TKO로 졌고 절치부심 끝에 이듬해 9월9일 라스베가스에서 다시 도전했으나 이번에는 군말없는 10회 KO로 엎어지고 말았다.
자존심강한 아르게요는 새영웅 탄생을 인정하지 않은 채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으나 95년까지 10년동안 전같으면 상대조차 해주지 않았을 복서들하고만 4번 싸워 3승1패(2KO)를 거두고 은퇴한 뒤 거침없는 자기파괴의 길로 들어섰다.
구제불능 폐인생활 4년여. 그가 요즘 되살아나고 있다. 마약은 끊고 술과 여자는 극도로 삼간다. 우상의 몰락을 방치할 수 없다는 복싱인들의 ‘애정어린 독재’덕분에 서서히 구렁텅이에서 끌려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동안 거칠게 저항했던 그도 이젠 꿈에서 깨어나 "평범한 남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하며 ‘불편’을 기꺼이 받으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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