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댄스만 제외하고는 노래·반주 모두 ‘가짜’
30여명의 바이올리니스트와 첼리스트가 우르르 무대로 입장한다. 이들은 각자 악기를 들고 열정적인 포즈로 현을 놀린다. 하지만 소리는 나지 않는다.
`연주’가 아닌 `손시늉’인 셈이다. 주인공인 가수 박지윤의 노래도 물론 립싱크. 수십 명 대부대가 노래도, 연주도 모두 `가짜’인 웃지못할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댄서와 가수의 춤만 진짜다.
고급스러운 댄스곡을 표방하며 편곡에 관현악 연주를 넣는 일이 많아지면서 관현악단을 동원한 `오케스트라 립싱크’가 잦아지고 있다. 오케스트라 립싱크는 대개 `우린 이런 것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혹은 수십 명이 몰려나와 무대를 꽉 채우는 `세(勢) 과시용’으로 쓰인다.
연주자(?)들 중에는 실제 음반녹음시 참여한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아르바이트 삼아 손시늉을 해주는 기악과 학생들이다. 대개 현악 연주가 들어간 곡을 처음 방송할 때 한 번 정도 이런 `행사’를 벌이지만, HOT가 `Outside Castle’를 부를 때는 거의 매번 40여명의 악단이 무대에 올라온다.
이런 기현상은 미흡한 방송기술에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 한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가수가 립싱크를 하더라도 연주만큼은 실제로 할 수 있도록 조정할 수 있지만, 우리 기술수준으로는 그런 분리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결국 `순수음악’이 대중음악의 립싱크 보조도구로 쓰이는 우스운 모습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녹화를 지켜보며 “편곡만 고급으로 해놓고 아무도 책임을 못 지는 것 같다”는 한 관객(31)의 말처럼,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무늬만 고급’인 댄스음악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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