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췌한 안색의 김송을 만났다.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슬픔을 당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아버린 김송. 그는 지난 9일 교통사고를 당한 클론의 멤버인 연인 강원래의 병상을 여전히 지키고 있었다.
하루 두번의 면회를 위해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근처에 아예 숙소를 마련했다. 오후 12시, 6시. 10분씩 허락되는 중환자실의 짧은 면회 시간. 마음에 있는 말을 채 전할 겨를도 없이 강원래에게 미음을 떠먹이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그는 그 짧은 시간동안 "오빠, 힘내. 정신차려"라는 말을 반복할 뿐이다.
이제 강원래는 주위 사람들을 알아보고 김송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고열이 계속돼 합병증의 우려가 있고 하반신의 신경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병원에서 나오는 김송의 손에는 파란색 표지의 ‘원래의 병상일지’가 들려있다. 2000.11.15 날짜로 시작된 이 일지에는 `수술은 잘된 상태임. 3번 척추가 신경을 누르고 있음’이라는 메모를 시작으로 기자를 만나는 그날 아침까지 `새벽에 열 계속남(기침을 하기 위하여 가래를 뱉게함)’이라며 강원래의 그날 그날의 회복상태와 담당의사의 소견 등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다.
"오빠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속상하다"며 안타깝게 말을 잇는 그는 이렇게 일지를 적으며 하루에도 수백 번 마음속으로 기도를 하곤 한다.
김송이 고교시절부터 오빠로 알고 지내던 강원래와는 91년 1월 그의 입대이후 편지를 주고 받으며 가까워졌다. 이후 이들은 애인이라기보다는 정말 친남매처럼 서로의 어려운 시절을 함께 지켜줬다. 둘 다 모두 무명이던 시절 강원래는 김송에게 "먹고 싶은거, 입고 싶은거 참고 지내자"며 다독이곤 했다
김송 역시 강원래 못지 않게 연예계에서 인정받는 춤꾼이다. 사고가 있던 날도 박미경의 5집 앨범 타이틀곡 <벌>의 래퍼와 안무가로 연습을 하던 중이었다. "급한건 오빠가 회복하는 거지. 제 활동이 아니잖아요" 라며 김송은 모든 자신의 활동을 중단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고 말하는 그는 강원래를 함께 걱정하며 지켜주는 사람들 덕에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며칠전 구준엽은 김송에게 편지 한 장을 건넸다. "송아 난 너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이야. 너 같은 여자친구가 있는 원래는 그래도 행복한 녀석이다. 정말 고맙다."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인터뷰 도중 목이 메일 때마다 잠시 허공을 응시하며 감정을 추스리려고 애쓰던 김송은 "절대 희망을 버리지 않을거예요. 오빠가 다시 무대에 서서 활기차게 노래하고 춤추는 그 날이 꼭 올거예요. 팬 여러분도 함께 기도해 주세요."라는 마지막 말에서 결국 오열을 터트리고 만다.
그녀가 말하는 동안 이상스레 주위는 조용했다. 한참을 어깨를 들썩이던 김송이 마침내 옷매무새를 고치고 자리를 털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러 가야겠다는 것이다. 그는 어지러운듯 약간 휘청거렸으나 길게 길러 단아하게 묶은 까만 머리결에서 결연한 의지가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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