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에서 가장 흥미있는 인물은 후삼국의 세 영웅이 아니라 종간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자칫 오만과 독선으로 흐르는 절대자와는 달리 끝까지 냉철함을 잃지 않는 이성적인 인물로서의 매력을 보여준다. 왕건에게는 악역이 되지만 그것도 개인적인 감정에서가 아니라 나라를 생각하는 큰 틀 속에서의 경계심이다.
김갑수는 이 종간이라는 인물의 캐릭터를 아주 생생하고 깊이있게 그려낸다. 그의 길고 마른 얼굴과 찌를듯한 눈빛은 신념과 내면의 갈등, 외로움 등을 적절히 담아내는 좋은 도구가 된다.
그가 역사 속에서만 살아있는 인물이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인물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바로 김갑수의 리얼한 연기에 힘입은 바 크다.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가차없이 행동하는 냉정한 얼굴도 모사로서의 깊은 사려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그는 악인이 아닌 생각하는 인간으로서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힘차고 나직한 음성에서 우러나는 박진감은 오랜 무대체험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냉소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지적이고 강인한 표정은 준엄한 연기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깡마른 얼굴에 툭 불거진 광대뼈, 눈썹 위로 튀어나온 넓은 이마, 하관이 유난히 길게 빠진 그의 마스크는 결코 잘 생겼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 얼굴에서 발산되는 힘은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궁예의 남성적 카리스마와는 또 다른 날카로움의 매력일 것이다.
결코 자신을 과장되게 드러내지 않는 사유적 인간의 모습을 날선 칼날처럼 예리하게 보여주는 김갑수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어른스럽고 성숙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2인자로서의 위치를 자각하고 심지어는 자신을 개에 비유해서 말하는 그의 모습은 호령하는 일인자보다 더 인상적이다.
소리 지르며 위엄을 떨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쓴맛 다시는 얼굴로 난세를 걱정하는 종간과 같은 모습이 되기는 어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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