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상은을 아직 ‘담다디’만으로 기억하고 있다면, 이는 그에 대해 너무 무지한 것이다. 대학가요제 출신, TV 쇼에 자주 모습을 보이던 그는 어느 때부터인가 ‘아티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의 나이 벌써 서른둘.
1990년대 초 한국을 떠나 일본 미국에서 음악 작업을 했고, 현재 영국 첼시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며 음악을 만들고 있다. 그의 10번째 앨범 ‘엔들리스 레이’는 6집 ‘공무도하가’에서 시작된 실험적 음악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실험이라는 것이 언제나 심각하고 난해한 것만은 아니다. 이번 음반은 오히려 단순하고 소박하게 들린다.
동요적인 단순한 멜로디와 청량한 현악기로 시작하는 ‘엔들레스 레이’는 ‘왜 내일을 걱정하나요. 시간은 당신 슬픔을 치유할거예요’ 라고 읊조린다.
이 곡과 모던록 스타일의 경쾌한 ‘그린 티 파티’는 영어가사로 불렀다. ‘그린 티 파티’ 속의 ‘웃으라고 말해줘서 고마워요’라는 가사는 비틀스멤버 존 레논이 곡을 만들었으면 꼭 이렇게 만들었을 것 같은 경쾌함과 절제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중국식 현악기가 리드하는 ‘오늘 하루’는 가사가 매우 섬세하다. ‘오늘 하루 생각하고/ 내일은 신에 손에 맡겨/ 조용히 조용히 아주 조용히 미끄러지는 새들의 무언/ 알 수 없는 것을 생각할 것인가/ 알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길 것인가’하는 명상적 가사는 욕심을 털어낸 아이 같은 보컬로 전달된다.
일본 뮤지션으로 구성된 ‘펭귄스’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이상은은 이제 ‘천재적’ ‘실험적’이라는 음악보다는 편안하고 행복한 음악을 지향하고 있다. 생각하게 만드는, 편안하게 만드는 이 가사와 곡조들을 듣다 보면 ‘아티스트’의 길이 꼭 대중과 멀어지는 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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