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는 평범한 보습학원 강사 역에 글래머 미인이나 강렬한 마스크는 좀 곤란하다. 평범하고 단정하며 깔끔한 얼굴이면 충분하다.
전도연은 그 평범함의 아름다움을 확실하게 보여 준다. 막 세수하고 나온 것 같은 말간 얼굴에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를 한 그녀는 풀꽃처럼 청아해 보인다. 짝사랑하는 남자가 무관심하게 대하고 퉁명스레 말해도 주눅 들거나 슬픔에 빠지지 않는 그녀의 밝음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환하게 만든다.
"소년 같네요"라는 남자의 말처럼 그녀는 여인이 되기에는 덜 자란 모습의 여자가 가질 수 있는 풋풋함과 생기를 뿜어 낸다. <내 마음의 풍금>의 어린 소녀와 <해피 엔드>의 관능적이고 성숙한 여인의 중간 쯤에 있는 순수한 이십대를 전도연 식으로 표현한 셈이다. 보습학원 아이들의 표현대로 가슴이 작고 가냘픈 몸매 어디에서도 섹시함을 감지하기 어려운 그녀는 특유의 짱구 이마를 고스란히 드러내 어려 보이는 얼굴이 더욱 어려 보인다.
잠시 설경구의 마음을 빼앗는 진희경의 무르익은 성적 매력에서 풍기는 퇴폐미와는 정반대의 분위기이다. 전도연은 시침 뚝 떼고 아이들의 누나 같은 청순함 쪽으로만 연출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의 그녀를 보면 아무도 <해피 엔드>의 그녀를 연상할 수 없다.
그만큼 그녀는 똑 떨어지게 변신하는 여자다.
윗잇몸이 보일 듯 말 듯 입술이 말려 올라가며 웃는 입매라든가 가늘게 원을 그리며 웃는 눈매의 표정에서 귀여움과 애교스러움이 담뿍 묻어나 수채화 같은 이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상큼하게 만들어 준다.
과장이나 치장이 없는 담담한 사랑 이야기가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게 한 편의 동화처럼 재미있고 맛깔스럽게 다가 오는데에는 그녀의 그 상큼한 발랄함이 많은 힘이 된 것 같다. 재미없는 남자 설경구의 서투르고 어눌한 표현이 후줄근한 양복이라면 그를 씌워주는 노란 우산이 바로 전도연이다.
/남궁설민(파티마의원장, 성형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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