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교제? 불륜? 그런 단어는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습니다."
이경영(42)의 대답은 단호했다. KBS 주말드라마 ‘푸른 안개’에서 그는 자기 나이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신우(이요원ㆍ22)와 사랑에 빠져 인생의 정점에서 몰락하는 성재 역을 맡았다.
소재나 설정에서 풍길 수 있는 칙칙하고 선정적인 인상을 그는 강하게 부인한다. "둘의 사랑은 육체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입니다.
성재는 잃어버린 젊음의 향기를, 신우는 또래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연륜과 무게를 느끼는 것이지요."
설정이 그래서 처음에는 이요원을 촬영장에서 볼 때 예사롭지 않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설렜지요. 가슴도 뛰고 어색했어요. 요즘은 자연스럽게 장난도 치고 하지만."세상 떠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허전함을 안고 사는 신우와 교과서 같은 성공의 길을 밟아온 성재는 마치 부녀같은 감정에서 점차 사랑으로 발전해 간다.
’불륜’이 칙칙하지 않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감정이리라는 그의 믿음은 제작진에 대한 굳은 신뢰에서 나온다.
"표민수 감독의 ‘거짓말’을 참 인상깊게 봤습니다. 이금림씨와는 ‘은실이’에서 함께 작업했구요."
중년에 찾아든 사랑의 끝은 몰락이다. 신우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성재는 가정과 직장에서 버림받는다. 하지만 그는 ‘몰락’이라는 표현을 거부한다.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잃는 당연하지 않나요?" 실제 자신에게 그런 사랑이 다가오면 그는 성재처럼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을까. "글쎄요, 그런 사랑에 빠질 개연성은 있겠지만 성재 같은 선택을 할 용기는 없을 것 같아요."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KBS드라마에는 첫 출연이다. 숫기가 없어서 즐걷 힌 방송사(SBS)에만 출연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무슨 염색을 그리 많이 했냐’라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머리가 하얗게 됐다. ‘아랫배가 허리띠 밖으로 흘러나온 중년’이라는 대본의 인물묘사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풍채도 당당해졌다.
나이 마흔을 넘어서면서 몸 뿐만 아니라 마음도 변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세상 보는 시선에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일에 대한 열정은 오히려 더해진 듯 하다.
7월에 촬영에 들어갈 멜로영화 ‘몽중인’준비로도 바쁘다. 주연과 감독은 물론, 시나리오도 직접 쓴다. ‘푸른안개’ 출연하며 삶의 복잡다단함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멜로드라마로 만들 수 있는 사랑의 형태는 참 많지요. 아마 이 세상에 사는 사람 수만큼 다양할 것입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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