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이 ‘사회에 불만 있는’ 젊은이들의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힙합 가수가 불량기 가득한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드렁큰 타이거’를 만나 보라. 생각이 달라진다.
’취한 호랑이’라는 만만찮은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순진한 구석이 많아 보이는 두 청년이다. 어눌한 한국말이 그런 느낌을 더하게 만들 수 있다.
"흔히 ‘힙합’을 ‘양아치’ 문화라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그것은 힙합을 이루는 많은 문화 중의 하나입니다. 이번엔 ‘자유인’이라는 느낌을 전달할 겁니다"
1999년 1집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는 ‘한국적 힙합’의 맛을 보였고, 지난해 2집 ‘위대한 탄생’은 그들을 가장 유망한 힙합 그룹으로 안착시켰다. 특히 2집은 의외의 성공으로 고무 받은 기쁘고 들뜬 마음을 장난기와 신랄함으로 잘 버무려 놓았다.
1세대 팝컬럼니스트인 서병후씨의 아들인 ‘타이거 J.K(서정권)’는 초등학교때 미국 LA로 이민을 가 팝의 세례를 받고 자랐다.
선율 중심, 은유적 가사가 그의 특기이다. "아버지는 좋은 가사란 사회의 부정적인 면도 들춰내야 하지만 희망을 주어야 한다고 하셨죠. 랩을 하는데도 아버지 영향이 큽니다" 각운이 빼어난 그의 랩은 아무래도 천성적인 것 같다.
뉴욕에서 태어난 ‘D.J. 샤인(임병욱)’은 직설적인 가사를 쓰는 편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음악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배우는 음악인 힙합의 특성처럼, ‘고향’의 맛이 음악에 배어 있는 게 특징이다.
둘은 27세로 생일까지 같다. 1992년 뉴욕과 LA 힙합 동네에서 만난 친구 사이로 외로운 서울 생활에서는 가족과 같은 존재이다.
인도, 중국 등 아시아의 몽롱한 선율을 떠올리게 하는 곡부터 시작해 강렬한 스크래칭만으로 이뤄진 음악까지, 3집 ‘The Legend Of’는 이전 음반에 비해 훨씬 묵직해진, 그러나 다양한 실험을 느끼게 한다.
’힙합은 나의 술 So Where Are You At?/ 이젠 내 가슴에 패인 상처로 메꿔 그리고 마셔 여지껏 /쌓인 나의 울분을 토해 뱉어’ 로 이어지는 타이틀 ‘Good Life’는 젊은이의 상처와 울분의 창구인 힙합에 대해 노래한다.
그리고 늘어진 테이프에서 나오는 뽕짝으로 시작하는 ‘뽕짝 이야기’, 발라드 ‘난 널 원해’를 힙합 버전으로 바꾼 ‘G Fresh’, 스크래칭의 화려한 묘미를 느끼게 하는 ‘Finger Technics’ 등 완성도 높은 곡들이 귀를 자극한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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