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운 풍속도
▶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주요 단골로
금요일 오후 4시, 웨스턴 애비뉴와 7가에 있는 웨스턴 만화방. 넥타이를 맨 말끔한 30~40대 남자들이 만화책에 코를 박고 있다. 까만 콤비 수트를 입고 무협지 속에 파묻힌 30대 남자. 몇 시간째 만화를 보고 있는 모양이 직업이 없는 사람인 것 같은데 핸드폰이 좀 바쁘다. 주인이 자동차 세일즈맨이라고 귀띔해 줬다.
만화방 단골의 층이 바뀌고 있다. 이제 만화방은 더 이상 젊은이들만의 장소가 아니라 ‘구수한’ 아저씨들의 차지다. 만화방 주인에 따르면 단골들은 대부분 스트레스가 많고 사람들과 자주 접촉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핸드폰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자영업자나 세일즈맨이 대부분이고 병원을 비울 수 없어 올 때마다 10여권씩 빌려 가는 한의사, 치과의사들도 있다.
매일 점심, 저녁 식사할 때마다 만화책을 끼고 본다는 한의사 이종진(45)씨는 "장쾌한 무술이 등장하는 만화를 읽다보면 내 마음까지 시원해진다"며 "재치와 상상력이 넘쳐 일상의 피로를 잊게 하는 것이 만화의 매력"이라고 예찬했다. 또 무협지에 푹 빠져있는 치과의사 김모씨는 "하루종일 환자들 입과 충치를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면서 "환자 한 명을 치료하기 전에 만화책을 잠깐이라도 보고 나야 긴장이 풀린다"고 말했다.
이들이 탐독하는 장르는 무협지나 코믹만화 등. 만화방에 따르면 최근 30~40대에 인기 있는 만화는 ‘진가소전’ ‘신궁’ ‘묵향’ 등 순수 환타지 무협들. 이밖에 일본 사무라이 이야기를 담은 ‘무사 시’, 요리를 소재로 한 가벼운 시리즈물 등도 인기다. 만화방 주인은 무협지 애독자로는 목사님과 신부님도 빼놓을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같은 현상에 대해 조만철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현대사회는 인간관계의 폭은 넓어졌지만 ‘인간적인’ 관계는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과 자주 접촉하는 직업일수록 고독감과 회의를 느끼기 쉽다"고 말하고 "30~40대 직장인·전문직 종사자들이 만화를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애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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