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스는 475세대와 386세대에게 모두 인기를 누린 몇 안 되는 팝 그룹 중 하나다. 475세대를 사로잡은 비결은 말할 것도 없이 탁월한 선율이었다. 듣는 즉시 귀를 감아버렸다.
그래서 당시 국내에서 제작한 해적판은 그들의 ‘Holiday’ ‘Words’ ‘Don’t forget to remember’와 같은 노래로 채워졌으며 그 레퍼토리는 비틀스보다도 많았다.
반면 다음 386세대는 비지스의 펑키 디스코에 열광했다. 1977년 비지스가 음악을 맡아 디스코 트렌드를 폭발시킨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의 사운드트랙은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에 의해 깨지기 전까지 가장 많이 팔린 앨범(2,800만장)이었다. ‘백인이 흑인음악인 디스코를 팔아먹는다’는 비판 속에서도 그들의 노래 ‘Stayin’ alive’ ‘Night fever’ 그리고 ‘Tragedy’는 모조리 전미 차트 정상에 올랐다.
디스코 추세를 따르면서 그들은 또 하나의 주특기를 발굴했다. 그것은 3형제의 맏형 배리 깁의 고음 가성에 바탕을 둔, 한 뱃속에서 나온 형제들이 아니면 도무지 불가능한 경이로운 보컬 하모니였다. 지금 30-40대들은 ‘How deep is your love’나 ‘Too much heaven’의 환상적 화음을 결코 잊지 못한다.
이번에 나온 신보는 60년대 초창기 스타일로 복귀한 것이 특징이다. 전자악기를 쓰지 않고 기타 베이스 피아노를 연주해 라이브의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가성도 자제했다. 데뷔 때의 순수함을 찾아 되도록 작위적인 면을 배제한 것이다.
그래서 첫 싱글이자 타이틀곡 ‘This is where we came in’을 비롯해 신보는 전에 비해 투박하지만 매우 인간적이다.
비틀스와 동시대인에 활약하면서도 내심 그들을 존경했다는 비지스는 심지어 비틀스가 공연 때 쓰던 연주와 음향장비를 구입해 이번 앨범 작업에서 사용했다. 실제로 ‘She keeps on coming’은 비틀스 냄새가 물씬하다.
멜로디는 아직도 건재하다.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콤비, 엘튼 존을 잇는 천재 작곡가라는 배리 깁의 명성대로 싱글 외에도 ‘Wedding day’ ‘Man in the middle’은 듣기 좋다. 3형제 모두 쉰을 넘긴 비지스가 신보로서 보여주는 것은 ‘끝없이 음악을 하려는 자세’다.
신세대의 지원이 비틀스 붐을 낳았다면 이번 비지스는 기성세대가 나설 차례 아닐까.
/ 팝 칼럼니스트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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