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의 다큐멘터리 미니시리즈「인간극장」(매주 월~금요일 오후 8시 45분)은 23일부터 올초 노숙자들의 삶의 편린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조명한 ‘친구와 하모니카’의 후속 이야기를 5부작으로 방송한다.
`하늘’과 `석환’은 잠실역 지하도를 거처로 삼아 오갈데 없는 서로의 처지를 위로하며 순수한 우정을 나누던 친형제같은 친구사이. 그리고 `두환’과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우현 PD는 순수한 `하늘’의 내면에 이끌려 이들과 허물없이 지내던 ‘생활인’이다.
지난 2월 방송에서는 김 PD가 우연히 하늘과 석현 그리고 두환을 만나 3년간 친분을 쌓아오면서 카메라에 담은 이들의 생활이 가감없이 전파를 타 시청자들 사이에 적지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누추하고 보잘것 없는 존재로 보였던 이들에게도 뜨거운 삶이 있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김 PD는 방송이 나간후 급격한 변화를 겪었던 이들의 삶을 브라운관에 담아 다시 한번 안방을 찾는다.
이들의 애틋한 사연이 방송을 통해 소개된 뒤, 하늘은 22년만에 전북 장수에 살고 있는 가족을 찾게 된다. 방송을 보고 가족들이 방송사로 연락을 해왔던 것. 잠실역 지하도에서 감격적인 상봉을 한 하늘은 친구들을 뒤로하고 귀향길에 오른다.
하지만 하늘에게 고향은 오히려 낯설고 어리둥절한 곳이었다. 오랜 세월 노숙생활에 길들여졌던 그에게 부모님이 세상을 떠 안계신 집은 답답한 공간으로 느껴졌을 뿐이다. 결국 그는 고향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다시 잠실역 지하도로 돌아온다.
그의 오랜 친구 석현은 하늘이 떠나있던 사이, 자신의 고향 백령도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에 시달린다. 좋아하던 술도 마시지 않고, 자꾸만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이를 보다못한 두환은 그를 데리고 백령도로 향한다.
하지만 석현이 자랐던 백령도와 태어났던 대청도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고, 그에 관한 기록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묘소를 찾은 석현은 끝내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낸다.
석현 역시 잠실역으로 돌아오지만 이내 종적을 감췄다가 일주일뒤 인천 연안부두 선착장 한 귀퉁이에서 싸늘하게 죽은 채 발견된다.
그의 주검을 맞이한 하늘과 두환은 의외로 담담한 모습. 하늘은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다음날, 하늘은 친구가 없는 잠실역을 뒤로 하고 다시 고향으로 향하게 된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이들의 삶을 차분하고, 섬세하게 기록한 김 PD는 "이들과 만나오면서, 다른 곳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 사이의 원초적인 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들의 뜨거운 삶을 내 손으로 기록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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