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몽해 드립니다’(Enlightment Guaranteed)★★★★½
중년의 위기를 맞은 두 형제가 선사찰에서 도를 닦는다고 일본에 갔다가 온갖 역경과 해프닝 끝에 자신과 삶을 재발견하는 이야기를 기막히게 재미있고 우습게 늘어놓은 독일 코미디다. ‘물 떠난 물고기’의 얘기로 단순한 코미디의 차원을 너머 진짜로 보는 사람을 계몽시켜 주는데 여류 감독이자 각본도 쓴 도리스 되리(‘남자들’ ‘아무도 날 사랑 안해’)는 인생 길을 너무 급하게 달리지 말고 쉬엄쉬엄 가라고 상냥하게 일러주고 있다.
아내가 느닷없이 어린 3남1녀를 데리고 도망간 데 심한 충격을 받은 주방설치가 우베(우베 옥젠크네히트)는 아시아통이자 풍수지리가인 동생 구스타프(구스타프 페터 뵐러)의 일본 선사찰 입소에 동행키로 한다. 그런데 둘은 복잡한 도쿄에 도착한 날 밤 길을 잃고 헤매다가 크레딧 카드도 잃고 현찰마저 동이 나 홈리스 피플 신세가 돼 상자 속에서 추운 겨울밤을 보낸다. ‘모든 것을 버려라’는 선의 가르침이 묘하게 실현된 셈이다.
전시민의 셀폰화 모습과 엄청나게 비싼 물가(위스키 몇 잔 마시고 600달러 냈다) 그리고 일제히 절하는 백화점 여종업원둘 및 마지막 남은 300엔으로 돈 벌어보겠다고 빠징꼬를 하는 모습들을 통해 도쿄의 현실을 재미있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편 우베는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으며 인생논평까지 삽입하고 구스타프는 선에 관한 책을 읽으며 마음의 위로를 찾는다.
길에서 우베마저 잃고 알거지가 된 구스타프는 지하철역서 모자를 바닥에 놓고 독일노래를 부르며 구걸하다가 동구라파에서 온 마음 착한 아니카(아니카 도브라)를 만나 뒤늦게 발견한 우베와 함께 독일술집 웨이터로 취직한다. 그리고 둘은 마침내 목적지인 시골의 선사찰에 도착한다. 이때부터 둘은 이 절의 다른 승려들과 똑같은 수련생활에 들어가는데 독일남자들이 고된 군대생활 같은 일본 사찰생활을 하는 모습이 기이하니 우스우면서도 근엄하다.
새벽 4시30분에 기상, 냉수욕하고 명상과 함께 낙엽 청소와 마루와 식기 닦는 일 등으로 온몸이 쑤시고 잠이 모자라 죽을 지경이다. 형제는 또 동료 승려들과 함께 종을 흔들며 마을로 시주를 받으러 나가기도 하는데 이러는 사이 둘은 자신들도 모르게 새 사람이 된다. 도쿄로 돌아온 형제가 텐트 속에서 노숙하며 떠나온 사찰의 예불시간에 맞춰 경을 읽는 마지막 장면이 감동스레 계몽적이다.
왜 가는지도 모르면서 가는 인생을 반성하고 정말로 귀한 것을 찾는 이야기를 유유자적하니 그렸는데 보고 나면 아주 마음이 상쾌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다. 모양과 성격이 대조적인 두 형제 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진지하면서도 코믹하다.
성인용. Capitol Entertainment. 14일까지 뉴아트(11272 샌타모니카. 310-478-6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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