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치는 않으나 오래 전에 구상씨가 미국에 와서 ‘이민 문학’이라고 말한 것이 아마 미국에서의 문학을 제일 처음으로 규정한 것 같다. 요즘 방문한 한국의 유명작가들도 ‘본국 지향적 문학’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극구 주장하고 있다.‘이민 문학’이니 ‘본국 지향적 문학’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는 우리말로 글을 쓰고 말을 한다. 우리말로 쓰는 글은 당연히 우리의 것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시대에 뒤떨어진, 이민오던 당시의 구태적인 언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있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는 모든 분야의 글들이 가능하면서 이곳에서만 유독 ‘이민 문학’이니 ‘본국 지향적 문학’이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말을 하는 한국 유명 작가들의 마음속에 은근히 이곳의 글들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거만함이 존재하지는 않았을까. 그들의 유명세를 탄 민감한 말에 아무 비판없이 그대로 동의하는 데에도 커다란 문제점들이 있다.
글은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다. 쓰여진 다음에 평가되는 것은 할수 없다손 치더라도, 평가받기 위해 쓰는 글은 이미 죽어진 글일 따름이다. 이런 생각도 깊게 하지 않은 채로 그저 나오는 대로 말하는 사람이나 그것을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고 그저 받아들이는 사람은 깊이 있는 인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렇게 깊이 없는 생각 때문에 기어코 LA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물론 이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겠지만 같은 일련의 사건이라고 봐도 무난하리라 생각된다. 한미소설가 협회라는 단체가 한국 소설가 협회와 연계를 갖기 위해 준비중이라는 신문기사가 나간 후 3일도 채 안돼 ‘미주 소설가 협회’라는 단체가 조직되었다.
도대체 글쓰는 사람들이 단체에 참여할 이유가 무엇이며, 다른 단체가 조직된다는 말을 듣자마자 파워게임식으로 똑같은 종류의 다른 단체가 만들어진 것은 무슨 까닭인가. 단체에 참여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솔직히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다른 단체가 조직되기 전에 마치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식으로 먼저 동종의 단체를 조직하여 김을 빼는 것은 절대로 글 쓴다는 사람들의 행동이 아니다.
글쓰는 사람들은 글로써 자신을 나타내야만 한다. 조직을 통해서, 또는 어떤 사회활동을 통해서 자신을 나타내는 것은 정치인이나 조직원이지 글쓰는 사람은 아니다. 자신의 글이 아무리 멋없고 형편없어 보여도 자신의 글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야 더욱 좋은 글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자긍심이 없는 사람은 유명세를 탄 유명작가들의 철없는 발언에 동조해서 자신의 올가미를 스스로 만들거나, 아니면 수치스럽게도 단체와 단체를 이용한 파워게임에 이용되어져서 우왕좌왕 하다가 자신의 무덤을 팔 것이다.
아직도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이곳의 문학계가 남의 일에 김이나 빼고 자긍심 없이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심히 불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픈 것이 이런 사건을 보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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