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고
▶ 대니얼 그리스월드 (케이토 연구소 상임연구원)
미국은 이민자에 의해 만들어진 나라다. 기록이 보관되기 시작한 1820년부터 지금까지 미국은 6,000만 명의 이민자를 수용했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 미국적 가치를 받아들이고 미군에 입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웠으며 과학, 기술, 산업 분야에서 획기적인 업적을 남겼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미국이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들의 역할은 지금도 필수적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민 문호를 대폭 확대하거나 최소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미국인들이 이민자를 보는 눈길은 최근 들어 크게 달라졌다. 90년대 중반까지 만도 이민자들은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고 웰페어나 타는 사람들이란 인식이 팽배했었다. 신규 이민자의 복지 혜택을 박탈하는 96년 이민법이 통과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이제는 이민문호, 특히 하이텍 업종 종사자를 위한 취업 비자를 늘리는데는 거의 반대가 없어졌다. 지난 번 H-1B 비자 상한을 연 6만 5,000명에서 19만 5,000명으로 늘리자는 법안이 연방 상원에서 찬성 96, 반대 1의 표차로 통과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불법체류자를 보는 시선이다. 2000년 센서스 결과 미국내 불법체류자 수가 종전 추산 4~500만 선이 아니라 900만 명이 넘을 것이란 통계는 이 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지금도 매년 25만에서 30만명이 국경을 넘어 오고 있다. 얼마 전 멕시코 밀입국자가 사막을 건너다 떼죽음을 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잘 보도가 되지 않아 그렇지 이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인도적인 관점에서라도 이는 막아야 한다.
그 가장 좋은 방법은 ‘게스트 워커’(guest worker) 프로그램을 도입, 일정 기간 합법적으로 미국에서 일하고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놓는 것이다. 종전까지 이 안에 반대해 오던 필 그램 연방상원(공, 텍사스)이 유사 법안을 내놓은 상태고 텍사스 주지사 출신 부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는 불법체류자의 사면 가능성이다. 과거 불법체류자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이에 반대해 오던 노조가 최근에는 180도 입장을 선회, 이들의 합법체류자격 부여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모든 불법체류자에게 영주권을 주는 대사면은 어렵겠지만 일정 자격 조건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부분 사면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와 관계 없이 불법체류자 단속의 책임을 고용주에게 전가하고 있고 현행 이민법은 이미 사문화된 지 오래며 폐기돼야 한다.
합법 이민자중 가족이민의 경우는 대기기간이 턱없이 길어 문제가 되고 있다. 연방 의회는 현행 이민문호를 늘리거나 오래 동안 헤어져 있는 신청자들을 위한 별도 비자를 신설, 이를 해결해야 한다. 대기기간이 길다고 형제자매 초청을 금지하거나 고교 졸업에게만 이민자격을 부여, 가족을 갈라놓는 악법 제정 움직임은 거부해야 한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박해받는 사람들의 피난처였다. 난민 입국에 대한 상한선을 두려는 기도는 잘못이며 정치망명자가 미 입국 1년 이내에 망명을 신청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제한도 철폐돼야 한다. 이민자는 미국의 짐이 아니라 재산이다. 고급 인력을 가진 사람에게 미 입국의 길을 열어주는 취업 문호 상한 또한 폐지돼야 한다.
현행 이민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일부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현재 미국인의 10%가 외국 출신인데 이는 1860년부터 1930년 사이 13%가 그랬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적은 것이다. 절대 수치로 비교하더라도 현 연 100만에 달하는 이민자 수는 금세기 초와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 이민자가 정부 재정을 어렵게 한다거나 미국민의 임금수준을 낮춘다거나 요즘 이민자의 교육 수준이 낮다거나 하는 주장은 모두 자료에 의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이민자는 미국의 경제수준을 높이고 문화를 다양하게 한다. 미국은 이민자를 위해 문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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