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굴 응원해야 하나."
지난 20일 다저스테디엄에서 벌어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대 LA 다저스의 경기는 한인팬들에게 새 고민거리 하나를 안겨줬다. 박찬호가 선발로 나선 이날 경기의 7회말 다저스 공격에서 다이아몬드백스 김병현이 마운드에 올라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한인선수 마운드 대결이 이뤄졌는데 그 순간이 하필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는 승부의 고비여서 양다리를 걸친 한인팬들은 어느쪽을 응원해야 할지 순간적인 고민에 빠진 것. 박찬호가 이기려면 김병현이 울어야 하고 김병현이 이기면 박찬호의 승리가 날아가게 됐으니 한인팬들은 졸지에 짚신장수 아들과 우산장수 아들을 둔 부모가 날씨 때문에 걱정하는 것과 똑같은 심정이 됐다. 많은 한인들은 경기후 박찬호와 김병현을 한 경기에서 볼 수 있어 너무 흥분됐으나 막상 맞대결이 이뤄지자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맞대결이었으나 막상 이뤄지고 나니 냉혹한 승부세계에서 누구 하나를 편들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당사자들에게 이는 전혀 고민할 일이 아니었다. 박찬호는 경기후 "김병현이 게리 셰필드와 대결할 때 누구를 응원했느냐"는 우문에 "물론 셰필드를 응원했다"고 밝혔다. 당연한 대답이다. 선후배나 같은 핏줄은 경기장 밖에서의 이야기고 일단 경기에 들어가면 선수는 오직 이기는 것이 지상목표일 뿐이다.
고민하던 한인팬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이날 첫 대결은 양 선수가 모두 잘 던진 가운데 김병현은 위기상황을 잘 막았고 다저스는 경기에서 이겨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앞으로 이같은 대결은 갈수록 많아질텐데 그때마다 한인팬들은 고민 아닌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시카고 컵스의 유망주 최희섭이 조만간 메이저리그에 올라오면 한인팬들은 그야말로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투타대결은 마운드 대결보다 훨씬 선명하게 승패가 갈리기 때문. 박찬호 대 최희섭, 김병현 대 최희섭이 충돌하는 것은 이제 거의 시간문제다. 한편으론 가슴 설레게 기다려지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다가오면 누굴 응원할지 갈등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차라리 메이저리그에 한인선수들이 너무 많아져 한인선수간의 대결이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닌 날이 빨리 오는 것이 속 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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