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께서 달라스에서 오셨다. 85세이시니 많이 늙으셨다. 작년 겨울에 다녀가셨을 때와 올 여름이 틀리다. 어려웠던 젊은 날을 늘 기억에 두고 계시니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자식과 손자들 생각에 다 잡숫지 못하고 남기신다. 우리들 눈에는 숟가락질 어려워 음식을 뚝뚝 흘리시는 모습이 ‘아유~’ 싶은데 그것을 당신은 우릴 위해 아끼신다.
잘 듣지 못하시니 큰소리를 하다보면 짜증스러울 때도 있다. 보청기를 사드려도 잘 하지 않으신다. 무엇보다 한번 입은 옷을 벗기 싫어하시고 양말도 간혹 신은 채 주무신다. 모시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탄이 된다.
부모님께선 몇이나 되는 자식들을 다 키우셨는데 우리는 왜 어머니 한 분을 힘들어할까. 저것이 곧 나의 모습일텐데.
2년 전 친정 어머니께서 다니러 오셨다가 어느 날 아침 목욕탕에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병원에서 엄마의 눈감은 모습은 어젯밤 그대로인데 숨 한번 내 쉬지 못하니 돌아가신 것이다. 장례식을 치르고 화장을 하고 나니 한줌의 재만 남았다. 공항에서 웃으며 잘 다녀오라고 보내준 아버지께 어머니 대신 한줌의 재를 돌려드린 것이다.
허무함이 어처구니없어 차를 타고 오다가다 ‘엄마, 엄마’ 하고는 오랫동안 눈물을 흘렸다. 말로만 떠들던 허무를 절실히 느낀 계기가 되었다. 곧 눈앞에 닥칠 내 모습을 조금도 가림 없이 보여주고 가신 것이다.
불가의 스님들은 무덤가에서 수행을 한다고 한다. 허무를 철저히 느껴 집착과 탐심을 놓아버리려는 것이다. 내가 한줌의 재에 불과하고, 지수화풍(地水火風)이 우리의 모습인데 어디서 나를 찾고, 무엇이 너와 나의 다른 모습인지. 그래서 미움보다는 사랑을 찾고, 욕심보다는 베풂을 찾고, 나보다는 큰 우리를 찾는 것일 게다.
이왕이면 끌려온 듯 무의미한 삶보다는 모두를 이롭게 하는 쪽이 좋지 않겠는가. 이왕 흩어질 먼지라면 말이다. 나는, 시어머님 계신 동안 나를 버리는 공부를 더욱 하게 될 것이다. 어머니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이해하고 그나마 살아 계심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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