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말 중국의 문사 도용은 자신의 여행기 ‘명료자유’에서 "여행의 본질은 그 어떤 의무에서도 해방되고, 일정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편지도 쓰지 않으며, 정해진 목적지가 없는 자유로운 나그네길이다"고 했다.
요즘 배낭여행을 떠나는 한인들이 부쩍 늘어났는데, 도용이 말한 여행의 자유와 여유를 맛볼 수 있는 가장 근접한 형태의 여행이 아닌가 싶다. 화려한 신혼여행 대신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가디나 양용철씨도 배낭예찬론자중 한사람. 허니문은 근사해야 한다는 주위의 권유를 뿌리치고 기차 배낭여행이라는 고행(?)을 선택했는데, "좋은 여행은 목적지보다 그 과정과 도중에서 보다 귀한 것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잠깐 실수로 대리석 체스보드를 사는 바람에 무거운 보드를 여행 내내 짊어지고 다니는 등 고생은 많이 했지만 영원히 남을 추억과 함께 여유자적을 만끽하고 돌아왔다.
많은 여행자들이 유명 관광지들을 누비고 다니면서 대자연의 풍광을 접하면서도 정작 여행에서 가능한 자유나 자기 응시를 경험하지 못하고 부풀린 자랑거리와 가벼워진 지갑만 가지고 지쳐서 돌아온다. 짜여진 일정표에 의해서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낯선 사람들끼리 떼지어 몰려다니면서 사진 찍고 물건 사는 것을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요세미티를 포함한 이스턴 시에라의 자연보호 운동을 시작해 시에라의 대부로 불리는 잔 무어는 캐나다와 멕시코를 오가는 대륙횡단을 혼자 걸어서 3번이나 성공했다. 무어는 자서전을 통해 ‘걷지 않고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느낄 수 없다. 천천히 걸으면서 자연 속에 푹 파묻혀야만 정작 자연의 경이로움을 실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올 여름에는 화려한 여행보다 여행다운 여행, 과시적 여행보다 내면적 풍요로움을 구할 수 있는 여행을 계획해 보자. 숙소를 호텔보다는 텐트로 정하고 운동화 끈을 묶고 산과 계곡 깊숙이 하이킹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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