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의 누님 집에 놀러 갔더니 그 집 뒤뜰의 포도나무 넝쿨 그늘 밑에 쪽지가 걸려 있다. 옆집에서 보내온 영어편지를 조카가 번역해서 한국말로 고쳐 쓴 것이다. 내용은 대강 이렇다.
’친애하는 이웃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주말 아침이면 선생님 댁의 뒤뜰에 많은 사람이 모여서 서로 웃고 담소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부러운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어떤 때는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저희들의 휴식에 방해가 됩니다. 좀 목소리를 낮추어 주실 수 없을까요?’ 하는 정도의 내용이었다.
놀러온 사람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타이르면 기분 나빠 할까봐 사람들이 잘 보이는 곳에 이 쪽지를 걸어 놓은 것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버스를 탔더니 어떤 한인이 휴대폰을 쓴다. 나는 버스 앞쪽에 앉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볼 수는 없었지만 버스의 뒤쪽에서 아주 큰 한국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장님, 공장 키는 내가 가지고 있는데 지금 ○○로 가고 있으니…”라고 휴대폰에 대고 소리를 지른다. 더욱 더 가관인 것은 휴대폰의 상대방에게서 나오는 목소리도 크게 들린다. “그래, 그러면…”
승객의 거의가 타인종의 사람들인데 이들은 모두 말소리 하나 없이 조용하다. 아무도 항의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었지만 이들도 분명히 그 오렌지카운티의 이웃집 외국인처럼 이 한인의 큰 소리가 귀에 거슬렸을 것이다.
한인들은 살인, 강도 등 무자비한 범죄는 타인종에 비해서 덜한 편이다. 그런데도 여론조사를 해보면 제일 미움 받는 민족으로 나타난다. 한인들은 위조에 능하고, 거짓말을 잘하고, 줄을 서지 않고, 담뱃재를 차 밖으로 털고, 뇌물을 잘 쓰고, 서로 싸우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즉 공중도덕의 기초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미국에서는 국가에 충성하고, 어른을 존경하고, 가족간에 화목하고 하는 것들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공중도덕을 더 중요시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한 사회가 평화를 유지해 나가는데 가장 기초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한인들이여, 공중도덕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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