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의 반대를 잠재우고 이라크 공격에 나서기 위해 러시아와 ‘빅딜’(big deal)을 맺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양국간 빅딜의 요지는 미국이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관련해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러시아가 이라크에 갖고 있는 경제적 기득권을 차기 이라크 정권 아래서도 누린다는 것’을 미국이 보장하는 대신 러시아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빅딜 가능성은 부시 미대통령의 5월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이 이라크를 일방적으로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가운데 얘기되는 것이다. 월스트릿 저널 11일자를 통해 보도된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부시 대통령이 금년 국정연설을 통해 이라크를 ‘악의 축’이라고 지칭한 이후 처음으로 나온 공식적 반응이다.
미국이 러시아의 NATO 역할을 인정한다는 것은 러시아가 당장 NATO 회원국이 되도록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옛 소련 붕괴와 함께 독립한 공화국들이 조만간 NATO에 가입, NATO의 영역이 러시아와 접경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NATO의 가상적국으로 남는 것은 러시아도 서방도 원치 않는 것.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이 같은 희망을 미국에 밝혔고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도 러시아의 희망을 받아들이도록 미국에 권고했다.
러시아가 이라크에 갖고 있는 경제적 기득권이란 옛 소련제 무기 판매대금 80억달러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갖고 있는 채권과 이와는 별도로 러시아 기업들이 이라크에 대한 갖고는 있으나 유엔의 경제제재로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수십억달러다.
러시아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는 이면에는 이 같은 러시아의 경제적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 정권의 몰락 후 들어서는 차기 이라크 정권에서 이 같은 러시아의 경제적 기득권에 문제가 없도록 미국이 보장해 준다면 러시아의 반대입장이 현저히 약화될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도 월스트릿 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라크에 대해 미국의 일방적 군사행동을 경고하면서도 "마지막 수단으로서 유엔에 의한 군사행동이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혀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 자체를 배제하지는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유엔에 의한 군사행동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러시아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지닌 국가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러시아가 이라크 공격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wsha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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