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 중국집 ‘진흥각’ 8가 본점의 딜리버리 맨 이상우(33)씨는 중국음식 배달이 9년째다. 평균 ‘재임기간’이 6개월 정도라는 이 업계에서는 예외적인 존재다.
"제가 뭐든 잘 바꾸지 않는 성격이에요. 차도 9년째 타고 있고, 똑같은 점퍼가 세 벌이에요"
그는 이렇게 말하지만 젊은 나이에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은 무엇보다 ‘한달 순수입 3,500달러대’로 알려진 벌이가 괜찮기 때문일 것이다.
음식배달이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음식값을 캐시로 받아오기 때문에 강도의 표적이 되기 쉽다. 이씨도 3번이나 무장강도에게 털렸다. 캐시에 차 키까지 헌납한 적도 있다. 교통위반 티켓도 많이 뗀다. 빨리 배달하려고 속도 내다 과속 티켓을 받고, 어렵사리 파킹은 했는데 돌아와 보면 윈쉴드에 파킹 티켓이 꽂혀 있다.
이씨는 중국집이 커가고 배달이 늘면서 수입도 짭짤해졌다고 한다. 하루 40∼50곳씩 배달 나갈 때는 팁 수입만 150달러에 이르기도 한다. 배달 문화가 확산되면서 그는 성취감을 느낀다. 배달 가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명함을 주면서 ‘배달 전문’을 알리기도 했다. 기분이 심드렁해도 손님 얼굴 볼 때는 활짝 웃고, 1분이라도 더 빨리 배달하려고 애썼다. 이런 ‘프로정신’ 때문인지 ‘딜리버린 맨 이상우’를 보고 주문하는 단골도 꽤 확보했다. 지난 97년 결혼할 때는 단골 손님들이 하객으로 많이 와 줘 "감동 받았다"고 한다.
밤에 딜리버리한다는 얘기는 생명보험 회사에도 안 했다. 숨은 고생을 알아주는 손님들은 팁을 더 주기도 하지만, 한인들은 딜리버리 팁에 짠 편이다. 100달러어치를 시켜도 1달러만 줄 때도 있다. 가장 많이 시키는 것은 단연 자장면. 자장면과 짬뽕 비율이 6대4 정도지만 흐린 날엔 짬뽕이 우세하다.
한국에서 고대 앞 ‘번개반점’ 철가방 맨이 그만의 노하우로 크게 성공했듯 이상우씨도 어느 직업이라도 그 분야에서 1위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서는 잘 나갔는데 여기 와서 고생이라는 생각을 버리면 이 직업도 괜찮다"고 그는 말한다.
이씨가 입고 있는 점퍼는 풀색에 아메바 같은 무늬가 현란한, 좀 촌스런 인상의 옷이다. 그는 이 옷을 지난 10년간 3벌째 입고 있다. 이 옷은 이씨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다시피 했다."단골 손님들이 그래요. LA에서 이 옷 입는 사람은 저 밖에 없을 거라고. 그래서 멀리서도 단박 알아본대요" soo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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