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 ‘백수’들이 늘고 있다. 다행히 백수건달의 신세는 간신히 면했으나 비싼 학비를 들여 대학졸업장을 딴 후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는 젊은이들 역시 적지 않다. 지표상으로는 불황이 끝나가고 있지만 올해 대학문을 나서는 상당수의 졸업자들은 ‘일자리 없는 경기회복’이라는 묘한 ‘상황의 덫’에 치여 변변한 직장을 잡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올해 대학졸업자들은 10년만의 최악이라는 노동시장에 뛰어 들어야 한다.
10년간 팽장을 거듭해온 경제가 무너진 이후 작업현장에서 밀려난 숫한 ‘전직’과 MBA출신들까지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상황이라 이력과 경력 면에서 이들보다 한수 아래인 신참 대졸자들의 입지는 더욱 옹색하다.
갓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들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산업 예비역’들과 고교졸업생들의 협공에 밀려 옴짝달싹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다.
미국 전체 실업률은 대학졸업시즌을 거치면서 지난 4월의 6%에서 6.5%로 올라갈 전망이다. 120만명의 대졸자들이 취업전선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실업률을 연령대로 구분하면 16~24세 계층의 실업률은 무려 12%에 달한다.
생산성향상을 앞세워 대기업들이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고, 기존의 일손들을 계속 덜어내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에 노동시장의 숨통이 트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지난 4월 미시건대에서 심리학 학사학위를 따낸 리사 홉킨스(21)가 아직도 학교근처의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한다거나 휴스턴소재 라이스대학을 졸업한 공학도 엘라지베스 레어시드가 에콰도르의 한 석유회사에서 6개월짜리 인턴을 해가며, 수백통의 e메일 이력서를 본국에 보내는 것도 노동시장이 수요공급의 균형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대졸백수, 혹은 대졸 저임금 종사자의 예는 얼마든지 있다. 명문 웨슬리언대학을 평균평점 3.0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레이스 앤더슨-스미스(22)는 경제학을 전공했음에도 적당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동네꼬마들의 소프트볼 코치로 시간을 때우고 있다.
펜실베니아주 레히 유니버시티를 졸업한 폴 라콘테(22)는 취업을 포기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회계학석사학위를 밟고 있고, MBA인 로렌 크리머(27) 역시 일자리를 얻지 못해 고민하다 장난감 회사를 창업했다.
새 천년의 초반은 잔인한 ‘실업의 시대’로 기록되고 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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