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딕·블레이크·덴트등 신예 각광
애거시·샘프라스 이을 미국 차세대
과연 누가 안드레 애거시와 피트 샘프라스의 뒤를 이을까.
미국의 테니스 팬들이 오랫동안 갖고 있던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이 이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앤디 로딕을 비롯, 자신만만하고 재능이 번뜩이는 차세대 테니스 스타들이 바로 주인공들이다.
모두 23세 미만인 이들이 연출하는 미국 테니스게의 현황과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금년 ATP 투어가 개막한 후 애거시나 샘프라스 아닌 다른 미국 선수끼리 결승전을 벌인 대회가 이미 두 번이나 있었다.
▲차세대 스타 가운데 하나인 마디 피시는 최근 열렸던 델레이비치 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그는 또한 지난 1월 2주 연속으로 세계 랭킹 5위 카를로스 모야를 각파,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테일러 덴트는 지난 2월 열렸던 멤피스 대회를 석권, 생애 첫 ATP 타이틀을 차지했다.
▲로비 지네프리는 3주 전 인디언 웰스 대회에서 2000년 US오픈 우승자 마라트 사핀을 꺾고 매스터스 시리즈 첫 8강에 올랐다.
▲로딕, 제임스 블레이크, 베테런 빈스 스파디아 그리고 비교적 덜 알려진 브라이언 바할리 등 미국 선수 4명이 최근 인디언 웰스 대회에서 8강전에 올랐는데 미국 선수들이 8강전에 이렇게 많이 진출한 것은 198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국 신예들의 약진은 최근 열렸던 나스닥 100 대회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12일 동안 거행된 총상금 620만달러의 이 대회는 참가 선수들의 높은 기량 때문에 ‘제5의 그랜드슬램’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로딕과 블레이크의 순항은 예상됐던 것이지만 피시와 지네프리의 활약은 뜻밖이었다. 피시는 11번 시드를 배정 받은 세바스찬 그로잔을 꺾고 로딕과 블레이크에 합류했고 와일드카드로 대회에 출전한 지네프리는 16번 시드 알렉스 코레차, 노장 토드 마틴, 2번 시드 애거시를 차례로 격파, 파란을 일으켰다.
이들 신예 스타들을 미국 최고의 테니스 세대로 일컬어지는 애거시, 샘프라스, 짐 쿠리어, 마이클 챙과 비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그러나 하향곡선을 긋거나 이미 은퇴한 90년대 미국 남자테니스 4강 이후의 공백에 대해 우려를 해온 테니스 팬들에게 차세대 스타들의 약진은 희소식이 이날 수 없다.
미국 신예들은 모두 세계랭킹 64위 이상이고 경기 스타일도 제각기 독특하고 장단점도 각양각색이다.
“이들 신예들과 애거시 등 4대 선수들과 비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상당수는 그랜드슬램을 심각하게 위협할 정도로 뛰어나다”
미국 데이비스컵 대표팀 감독 패트릭 매켄로는 말한다.
신예들이 노력 없이 지금의 위치에 이른 것은 아니다.
이들은 지난 2, 3년 동안 테니스의 마이너리그에서 숱한 땀과 눈물을 흘렸다. 그저 지금에 이르러 노력의 결실을 보는 것이다.
“이들은 아직 젊기 때문에 다양한 대회 참가를 통해 노련미를 키울 필요가 있다”
USTA 하이퍼포먼스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폴 로터트는 말한다.
올해 22세의 블레이크는 하버드 대학 2년 재학중 프로로 전향했다. 화려한 주니어 커리어를 갖고 있는 로딕, 덴트, 지네프리는 곧바로 프로에 입문했다.
이 신예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또 있다.
여섯 명 모두가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교적으로 자주 어울리고 대회에서는 서로를 응원하기도 한다.
인디언 웰스 대회에서 바할리는 스페인 선수 토미 로브레도와 경기를 갖기 전에 로딕에게 조언을 구했다. 바할리는 로브레도를 꺾고 8강에 올랐다. 블레이크도 강적 모야와 대결하기에 앞서 피시에게 이메일도 도움을 청했다. 블레이크 역시 모야를 격파했다.
“마디, 제임스, 테일러, 로딕 등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나의 위치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아마도 나는 외롭고 침울한 무드에 젖어있을 것이다” 지네프리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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