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코리아는 해부학적으로 어디가 어떠하기에 예쁘다고 하는가. 한국의 한 치과의사가 미스 코리아 7명과 슈퍼 엘리트 모델 30명 등 미인 37명의 얼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서양의 미인 표준치에 가까운 ‘서구형(西歐型) 얼굴’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형 얼굴이란 얼굴을 측면에서 볼 때 눈에서 코, 코에서 턱에 이르는 선이 기하학적으로 잘 안배된 얼굴 즉 턱끝과 코끝을 연결하는 선(S 라인)에 위 입술의 끝이 살짝 닫는 형을 말한다. 그런데 대개의 한국인은 약 5mm 이상 나와 있어 옆에서 보면 입이 뛰어나온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구형은 눈과 턱끝 사이의 길이와 코끝과 턱끝 사이의 길이 비율이 55%인데 비해 대개의 한국인은 60% 안팎이다. 그런데 65% 이상일 경우에는 ‘말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치과의사는 미스 코리아로 선발된 미인의 ‘S 라인’이 해부학적으로 서구화된 것이 입증되었지만 한국형 골격의 특수성에 비추어 따로 한국형 미인 표준치를 만들어야 하며, 성형수술을 통해 인위적으로 서구형을 만드는 ‘인조 미인’의 양산을 우려했다.
그리고 일부 성형외과의사는 얼굴의 형이 넓적하여 구미식 ‘S 라인"이 안된 이유는 머리뼈가 굳어지기 전에 베개를 베는 관습 때문일 수 있고, 다리가 짧은 것은 우리의 환경 요소 중 좌식 문화(온돌 문화)와 식생활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용모에 대하여 비상한 관심이 있고, 그 용모를 잘 가꾸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에 비친 자기 용모와 대화를 하고 또 손질을 한다.
지금과 같은 거울이 없었던 때도 석경(石鏡)이니 동경(銅鏡)이니 하는 원시적인 거울을 통해 여인들은 자기 얼굴과 대면을 하고, 그리하여 그 거울 속에서 동양의 미인 양귀비(楊貴妃)도 나왔고, 서양의 미인 클레오파트라도 나왔다.
사진은 커녕 진짜 초상화조차 전해 내려오는 게 없는데도 후세 사람들은 직접 보기라도 한 듯이 양귀비의 눈이 어떻고,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어떻다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그런데 전해 내려오는 문헌들에 의하면 양귀비는 동양적이 아니었고, 클레오파트라도 서구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선 살결만 해도 양귀비는 서양사람을 연상케 하는 흰색이었고, 클레오파트라는 그리스계 이집트 사람으로 서구사람과는 동떨어진 엷은 갈색이였다고 한다. 아마도 본래 지녔던 선천적인 아름다움보다는 후천적인 ‘몸매 가꾸기’가 그 이유였을 것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화장 안 한 남자가 더 곱다’는 말이 나왔을 법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얘기로 몇 해전 미국 루이빌대학의 학자들이 백인, 아시아인, 중남미인 등 13개국의 사람들에게 여러 인종의 여성 사진을 보이며 매력적인 여성을 골라보게 하는 실험을 실시했을 때 인종적 요인이 판단기준으로 작용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것은 나름대로의 판단기준 탓이겠지만 아직도 "서구화"된 얼굴에 시선이 쏠리고 그렇지 못한 얼굴이 미녀의 대열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우리 나라 사람들의 한국적 미(美)에 대한 관념은 어떠했을까. 아름답다는 말 대신 "용모(容貌)"라는 말을 써 온 이 말의 본래의 뜻은 얼굴만이 아니라 몸 전체를 포함한 모양새를 뜻하였다.
율곡 선생의 격몽요결(擊蒙要訣)에 나오는 글을 보면 얼굴의 틀, 키, 몸집에 관한 얘기는 없고, 아홉 개의 구용(九容)을 들어 ‘한국적인 미인’을 규정하고 있다.
『얼굴 표정이 명랑하며 씩씩하고(色容莊), 눈매가 단정하고(目容端), 입은 조용히 다물고(口容止), 말소리는 나직하고(聲容靜), 숨쉬기가 바르면(氣容肅)』 상용(上容)이라 하여 ‘으뜸가는 미인’이라 하였고, 여기에 『머리를 곧게 세우고(頭容直), 서 있는 모습이 덕성이 있고(立容德), 걸음걸이가 무겁고(足容重), 손놀림이 공손하면(手容恭)』 장용(壯容)이라 하여 ‘절세 미인’이라고 하였다.
우리 나라에서 미스 코리아 선발 이전에 미인을 뽑아 미의 축제를 시작한 것은 95년전 이화학당이 5월의 여왕(메이 퀸)을 뽑기 시작한 1908부터였다.
선정 기준의 바탕은 미(美)만이 아니라 진·선·미(眞善美)를 두루 갖춘 총체적인 교양미(敎養美)였다. 여기에 활동력과 지도력이 뛰어나고, 성적이 3.0 이상, 신장이 1m60(약 5’ 3") 전후로 규정하고 있다.
각 과별로 퀸을 학생 투표에 의해 뽑고, 이들 중에서 ‘메이 퀸’을 선정위원회에서 최종 선출하였다.
메이 퀸이 선발되면 차점이 수석 시녀가 되고 흰옷에 붉은 당기를 드린 전교 학생들이 "I crown you our queen"이라고 합창하면서 엄숙하게 화관(花冠)을 씌워 주었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미혼녀 미녀를 뽑는 미스 코리아 동남부 선발대회에 등록을 한 어떤 후보는 꼭 미스 코리아가 되겠다는 것보다 한번 시험해보고 싶다고 겸손했지만, 같은 또래의 옆 친구는 키 때문에, 체중 때문에, 서구화 용모가 아니기 때문에 주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성(知性)이야 자기 몫이지만 미모(美貌)야 그게 어디 자기만의 탓이겠는가. 미학적 견지로 보면 수더분하게 생겼다, 귀엽게 생겼다, 고상하게 생겼다, 복스럽게 생겼다, 야무지게 생겼다, 깔끔하게 생겼다 그리고 올 차게 생겼다는 그 하나 하나가 미적 표현이고 그것은 어쩌면 미모 이상의 미모일 수도 있고, 자랑일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제몫이 있고 제몫을 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대입하면 미녀건 미녀가 아니건 미모에는 유효기간이 있어 20대 전후의 모습을 언제나 가질 수는 없는 것이다. 자연의 순리가 그렇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도 그래서 나온 비유일 것이다.
멤피스 한인사 편찬위원장 /hchang@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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