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네거리 3만명 운집
’월드컵 열기’ 1년만에 재현
꼭 1년 만이었다.
“1년 후에 만나자”는 굳은 맹세를 한 듯 시민들과 붉은 악마들은 이젠 조금 빛이 바랜 듯한 붉은 티셔츠와 대표팀 유니폼을 다시 꺼내 입고 ‘레즈(Reds)’가 됐다. 막대 풍선을 흔들며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바로 1년 전 한ㆍ일 월드컵 4강 신화 창출과 함께 온 세계에 한국민의 위대한 힘을 보여 준 ‘그 열기 그대로’였다.
월드컵 거리 응원의 메카인 광화문 네거리는 한ㆍ일전이 열린 지난 5월 31일 또다시 붉은 함성으로 들썩거렸다. 이날 오후 2시께부터 붉은 악마 티셔츠와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 오후 5시께부터 광화문 동화빌딩 앞을 꽉 메웠다. 시민들은 이어 건너편의 프레스빌딩과 동아일보 사옥 앞에도 진을 쳐 경기 시작 직전인 7시에는 3만여 명(경찰 추산 1만 5000여 명)이 운집했다.
40만 명이 운집했던 1년 전과 비교하면 규모는 적었지만 응원 열기는 그대로였다. 월드컵 전사들이 전광판에 클로즈업될 때마다 함성은 광화문 네거리를 진동했다. 붉은 물결에 흰색 막대 풍선이 90분 내내 물결을 이뤄 광화문 네거리는 붉은 색과 흰색으로 장관을 연출했다.
열광적 응원의 하이라이트는 안정환이 골을 넣은 후반 40분.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펄쩍펄쩍 뛰면서 너나없이 서로를 껴안고 승리를 자축했다. 월드컵 전사들이 승승장구할 때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눈물을 흘렸던 바로 그 풍경이 그대로 재현됐다.
온 몸에 태극기를 두르고 나온 홍지현 양(17ㆍ고1)은 “기분이 째진다. 왜 월드컵이 4년에 한 번밖에 없느냐. 이천수 팬인데 오늘 너무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종이 가루가 흩날리는 가운데 이들은 인간 기관차를 만들어 광화문 일대를 내달렸으며 어깨를 걸고 강강수월래를 돌며 “대~한민국 세계 최강!”을 외쳐댔다.
뇌성마비 장애인인 김형태 씨(25)는 “지난해 집에서만 본 것이 아쉬워 나왔는데 너무 기분이 좋다. 한국이 이겨서 기쁨이 두 배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준결승 독일전을 광화문에서 봤다는 아더 반 벤담 씨(오스트리아)는 “1년이 지났는데도 환상적이고 열기가 그대로 살아 있는 한국 사람들이 너무 보기 좋다. 오늘 밤을 즐겨라(Enjoy Tonight)”고 부러워했다.
박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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