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동남부 체전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 무사히 치러졌다. 대회를 주관한 사우스 캐롤라이나 콜럼비아 한인회는“대회 운영은 미흡했지만 동포애를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자평했다. 과거 3차례나 대회를 개최한 콜럼비아로서는 나름대로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본경기가 열린 7일에는 개회식 장소인 경기장내 카페테리아에서 콜럼비아 한인회측이 하루종일 먹거리를 제공했다. 아틀란타 한인회 한수지 정무국장은 “음식을 제공해준 콜럼비아 한인들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며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해준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사실 동남부 체전은 조지아주·노스 캐롤라이나·사우스 캐롤라이나·알라바마·테네시 등 동남부 5개주 한인들이 1년에 한번씩 한자리에 모여 체전을 통해 우애를 쌓고 우정을 교환하는 만남의 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 지난 81년 시작해 어느덧 23년의 연륜을 쌓았다. 10개 종목에서 선수 500여명이 출전, 향토의 명예를 걸고 열전을 벌였다.
몸싸움이 치열한 축구·농구에서는 쓰러진 상대편 선수의 손을 잡아주거나 등을 두드려주는 장면도 있었다. 줄다리기 경기는 “영차∼ 영차”하는 추임새와 어우러져 그야말로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그러나 아틀란타와 어거스타의 줄다리기에서는 아틀란타가 선수 정원 12명임에도 슬쩍 1명을 넣어 13명이 밧줄을 잡는 바람에 이기고도 실격패, 야유를 받기도 했다.
개막전날 저녁 선수단 숙소인 라마다 플라자 호텔에서 벌어진 노래자랑 대회에선 5개주에서 내노라는 가수(?)들이 출전, 저마다 노래실력을 뽐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럼에도 옥에 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해마다 반복되는 것이지만 ‘화합하는 체전’이 아니라 ‘흩어진 체전’이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제각각 찾아온 선수나 임원들이 자신의 종목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정작 폐회식 때는 타지역에서 온 손님들은 온데간데 없이 개최지역 한인들만 끝까지 남아 폐막을 지켜봐야 했다.
물론 사업이 바쁘고 생업이 발목을 잡는다고 하지만 어렵사리 모인‘축제의 장’을 너무 가볍게 여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함께 모여 응원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장면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주최측은 이번 대회를 위해 약 4만달러의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돈이 모두 생업에 쫓기는 한인들 호주머니에서 나온 만큼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로 승화시켜야 한다. 차기대회에서는 한 차원 높은 체전이 되길 기대해본다. 그래야 생색만 있고 실속이 없는‘빛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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