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들이 세상 속에서 심심치 않은 마찰을 빚고 있다. 시대의 변화와 종교적 도그마가 충돌하는 삶의 현장에서 개인의 판단과 신념에 따라 행동하려다 몰매를 맞는 성직자가 있는가 하면 사제의 길에서 이탈, 파문을 일으킨 사례도 터져 나오고 있다. 외신에 등장한 대표적 사례 몇건을 소개한다.
“차별 안된다” 동성애 커플 주례
장로교회서 파직 당한 쿠이켄 목사
교단의 경고를 무시하고 동성애 신자 커플들의 주례를 맡아온 신시내티 마운틴 오번 소재 장로교회의 담임 목사가 끝내 파직을 당했다.
목사는 동성애 커플들을 축복해줄 수는 있어도 이들의 결합에 주례를 설수는 없다는 교단의 방침을 어긴 스티븐 반 쿠이켄(44) 목사는 노회의 결정에 따라 19년간 정들여온 교회로부터 축출을 당했으며 미 장로교의 회원자격도 박탈당했다.
그러나 쿠이켄 목사는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것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에 해당한다”며 “나는 지금 심한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꼭 해야만 할 가치 있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노회는 쿠이켄 목사가 지난 4월 2명의 레스비언 커플의 주례를 선 뒤 곧바로 공개 경고 조치를 취한데 이어 이번에 다시 동성애 커플의 주례를 맡자 3시간 동안 특별회의를 열어 파직과 제명을 결정했다.
성추행 두둔에 뺑소니 사고까지
경찰에 체포된 가톨릭 교회 오브라이언 주교
어린이 성추행 관련 사제를 보호한 혐의로 검찰의 기소를 받을뻔 했던 가톨릭 교회 주교가 뺑소니 혐의로 체포됐다.
애리조나주 피닉스 경찰당국은 16일 운전 중 행인을 쳐 숨지게 하고 달아나던 피닉스 교구의 토머스 오브라이언(67) 주교를 뺑소니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오브라이언 주교는 지난 14일 밤 피닉스시 자신의 집 부근에서 무단횡단 중이던 행인 짐 리드(43)를 치고 달아난 혐의다. 리드는 오브라이언 주교의 차에 이어 현장을 지나던 또 다른 차량에 치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오브라이언 주교는 경찰 진술에서 “개나 고양이를 쳤거나 누군가 내 차에 돌을 던졌는 줄 알았다”고 말했으며 사고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뺑소니 차량의 자동차 번호 일부를 기억하고 있다는 한 목격자의 제보를 받아 오브라이언 주교 검거에 성공했다.
“개혁의지 없는 성직자는 마피아”
전국 평신도 특위 사임한 키팅 위원장
천주교 사제들의 성추행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설치된 전국 평신도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성직자들을 마피아에 비유했다가 교단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일자 16일 사임했다.
전 오클라호마 주지사이자 연방검사를 지낸 바 있는 프랭크 에이 키팅 가톨릭 전국조사위원회(NRB) 위원장은 지난주 LA타임스 인터뷰에서 사제들의 비행을 숨기려는 일부 주교들이 마피아의 전례를 따르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카톨릭 신자인 키팅은 사직서에 “일부 주교들의 심기를 건드린 나의 발언은 아주 정확했다”며 “사과하지 않겠다. 대배심 소환장을 저지하고 범법 성직자들의 이름을 은폐하는 행위 등은 교회가 아니라 범죄단체의 방식”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NRB는 지난해부터 아동 성추행 사건들의 범위와 원인에 관한 조사와 전국 교구의 감사를 펼쳐왔다.
성추행 피해자 단체들을 비롯, 여러 관계자들은 키팅의 사임은 고위 성직자에 비판적인 사람은 가차없이 사임을 강요받을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게 될 것이며 제 아무리 자정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평신도들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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