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한 자녀를 둔 어머니와 아주머니들의 한결같은 말씀.-"그래도 지나고 보면 아이 키울 그 때가 힘들어도 가장 좋은 시간이야." "아니, 무슨 뜻이지? 아이 키울 때가 좋다니? 아이의 탄생과 더불어 부모가 희생하고 잃어버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아이를 낳고 나서도 한동안 직장생활을 계속했었다. 그러다가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내린 결론은 아이를 위해 일을 그만두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부터의 경력까지 따지면 6-7년의 방송생활을 천직으로 알고 해오다가 전업주부로서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 집에서 지내는 나날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 결혼생활이란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이라고 했는데, 특히 육아과정이야말로 그렇다. 아이의 재롱을 보면 한없이 예쁘고 보람을 느끼다가도 아이가 떼를 쓰고 말을 듣지 않을 때는 "내가 누구 때문에 내가 좋아하던 일도 그만두고 하고 싶은 것들도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 말을 안듣고 화나게 만들지?"라는 생각과 함께 좋았던 마음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하루는 남편과 대화하던 중 "이렇게 집에서 아이만 키우고 있으니 자꾸 퇴보하는 느낌이 든다"고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 때 남편은 이런 대답을 했었다. "아이 키우는 것을 일상의 수많은 일들 중에 섞여있는 하나의 일로 보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래.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진 ‘미르솔’이라는 귀한 생명체를 일구어 가는 귀한 순간 순간들을 당신도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가는 소중한 시간으로 여기고 보낸다면 좋지 않을까?"라고.
확실히 그랬다. 생각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고 했던가. 남들은 순한 아이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매일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전쟁으로 여길 정도로 지쳐있었고 별 생각 없이 다음 날을 맞이하고는 했었다.
그러나 남편의 이야기 후 나에게 미르솔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더 이상 고함과 울음소리만 메아리치는 전쟁이 아니라 창조와 새로움이 있는 활기찬 시간으로 변해갔다. 매일 매일 조금씩 새로운 말과 사물을 익히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밝게 커 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분명히 가질 수 있었다.
아이 키우기는 부모가 아이에게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이로부터 그 이상의 것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교육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즉 아이는 어른들을 보다 성숙하고, 너그럽고, 지혜롭고, 따뜻한 존재로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 육아의 과정은 단지 아이들을 향한 부모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며, 퇴보되는 것도 아니다. 육아를 통해 아이와 함께 부모가 커 가는 의미 있는 과정이란 것을 깨닫는 순간, 특히 전업엄마들의 삶은 더욱 윤기나고 활기차질 것이다.
옆에서 자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살짝 속삭여준다. "널 키우면서 내가 크는구나. 고맙다, 미르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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