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뒤편에서 김치를 담그고 김밥을 말면서 어렵게 번 돈 500달러를 미주체전에 참가하는 샌프란시스코 선수단을 위해 기부한 사람이 있어 한인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오클랜드 유진식품 주방에 근무하는 정명순(62)씨는 23일 오후 우연히 라디오방송을 통해 나기봉 샌프란시스코 한인체육회장의 인터뷰를 청취했다.
오는 27일부터 달라스에서 열리는 ‘제12회 전미주체전’에 참가하는 샌프란시스코 선수단 112명이 출발 사흘을 앞두고 기금이 모자라 애를 태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어렵게 번 돈이지만 정씨는 2세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체육회의 정성에 감동, 방송국에 즉시 전화해 500달러를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날인 25일 직접 식품점 주방을 찾은 나기봉 회장은 성금을 전달받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모금을 위해 한인업소를 찾아다니며 호소할 때마다 문전박대를 받았던 수모가 한꺼번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12년간 마켓 주방에서 일하며 1남1여를 키운 정씨는 "김밥을 싸다가 들은 라디오방송에서 체육회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목이 메었다"면서 "작은 정성이지만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나기봉 회장은 목이 메인 채 "고맙다"는 말을 연신 되뇌이며 정씨의 손을 꼭 잡을 뿐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마켓을 나오며 정연종 선수단장은 "내자신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면서 "저런 분들의 정성에 머리가 숙여질 뿐"이라고 말해 숙연한 분위기를 보였다.
동행했던 나회장과 정단장, 그리고 라승렬 총감독은 정씨를 비롯한 한인사회의 정성에 보답하기 위해 꼭 선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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