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인도적 차원 일시 허가"…유씨 "선처에 감사"

재미교포 가수 유승준(27)씨가 지난해 2월 미국시민권 취득에 따른 병역기피 시비로 입국이 불허된 뒤 1년 4개월여만에 귀국했다.

유씨는 아버지 유정대(60)씨와 함께 26일 오전 4시45분 로스앤젤레스발 보잉 747-400기종인 대한항공 KE012편 비지니스 클래스석을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12시간여의 비행으로 약간 피곤한 기색을 보였던 유씨는 검은색 넥타이와 양복을 입고 간단한 가방만 소지한 간편한 차림이었다.


유씨는 먼저 15번 입국 게이트에 들어서 기다리고 있던 보도진 앞에서 잠시 머머춰섰으나 공식적인 인터뷰는 정중히 거절한뒤 곧바로 법무부 출입국관리대까지 걸어가면서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차분히 응답했다.

"장시간 비행 때문에 피곤한 것 같다"는 유씨는 한국 방문 목적에 대해 "약혼녀아버님상에 문상하러 방문하게 됐다"며 "나를 많이 생각해주신 분인데 문상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이어 국내의 입국 반대여론에 대해 "마땅히 받아야할 지탄이라고 생각한다.마음이 무겁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국 체류 일정과 관련, 그는 "먼저 병원으로 갈 예정이다.(약혼녀) 아버님 입관을 보고 할머니 묘소를 찾은 뒤 오늘 저녁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으며, "한국 방문의 경우 전체적 상황은 못가는 분위기였지만 선처해주시겠다는 보도 등을 접하고문상가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왔다"고 전했다.

유씨는 미국 시민권 문제를 놓고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다.경솔한 판단이었다고생각한다. 많은 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으며, "이처럼 물의를 빚을 줄 알았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어 법무부의 한국체류 허가에 "조국 땅을 밟게 해줘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개인적인 문제에 대해 선처를 해준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후 연예활동 계획을 묻자 유씨는 "지금 말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죄송하다"고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입국 당시 무비자로 입국한 유씨는 법무부 출입국관리대에서 김용상 입국6과장과의 인터뷰를 갖고 `한국 방문기간 연예활동은 하지 않고 문상만 하겠다’는등의 조건으로 입국해제 신청서를 작성한 뒤 29일까지 3일간 C3(방문) 비자로 한국체류 승인을 받았다.

김 과장은 "인도적인 입장을 고려해 한국 체류를 허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씨가 입국허가 절차를 마치고 세관검색대를 거쳐 B게이트의 공항로비 입국장으로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100여명의 팬들이 환호했지만 일부는 "XX 고 홈" 등을외치기도 했다.

수많은 카메라 기자들이 유씨에게 다가가 재차 인터뷰를 시도하려하자 혹시나발생할 지 모를 계란투척 등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팬들도 나서 유씨를 둘러싼 채우산을 펴고 뒤따라가는 등 공항 로비는 한때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유씨는 대기중이던 흰색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영종도=연합뉴스) 장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