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저야, 산책 가자, 시저야, 좀 빨리 걸어, 시저야, 짖지 말고 니밥 먹어, 시저야
시저는 아는 사람이 얼마 전에 한국에 다니러 간다고 잠시 우리집에 맡겨 놓은 개의 이름이다. 작고 털이 북실북실 많은 아주 잘생긴 놈이다. 개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흔쾌히 맡아 주기로 했고, 시저가 온 날로부터 우리의 생활 패턴이 조금 바뀌었다.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꼭 나가고, 밥 먹을 땐 시저를 위해서 음식을 마련하고, 잠 잘 때도 방문을 열어놓고 자고, 등등. 뿐만 아니라 우리 대화의 많은 부분도 시저에 관한 것, 혹은 시저와의 대화로 바뀌었다. 시저 지금 어디 있지?, 시저 똥 눴어?, 시저 지금 자?, 시저 심심해?
시저는 말썽꾸러기이다. 산책을 나가서는 참견이 많다. 이 꽃, 저 풀, 지나가는 개. 또 바닥에 코를 박고 무슨 냄새를 그렇게 맡는지 우리의 산책이 시저로 인해 삼보일배(三步一拜) 수준으로 느려졌다고 우리끼리 말하면서 웃는다. 한 번은 아침 산책에서 아주 큰 개와 마주쳤다. 시저는 겁도 없이 마구 짖어 댔고, 그 개는 웃기지도 않은지 한번 으르렁대더니 가버린다. 다리도 짧은 시저는 잔디밭에 들어가면 다리가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꼭 잔디밭으로 다니고, 그러다가 하루는 남의 집 앞 잔디 밭에서 실례를 하기도 했다. 밥 먹을 때는 자기 밥을 빨리 먹고 우리 옆에 와서 더 달라고 짖어 대는 통에 우리 부부는 조용히 식사를 할 수 없다. 그래서 한번은 밥을 좀 많이 줬더니 그 날 밤 내내 고통스러워해서 우리도 같이 잠을 설친 적도 있다.
시저는 귀염둥이이기도 하다. 사람을 아주 잘 따르는 편이라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덥석 잘 안긴다. 그리고 우리 옆에서 애교를 부리다가도 우리가 우리 일에 빠져 있으면 방해 않고 얌전히 앉아 있는다. 아침 산책 시켜 줄 사람이 아직도 자고 있으면 방문 앞에서 하염없이 앉아 기다리기도 하고, 우리가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더 놀자고 옆에 와서 쳐다보다가도 우리가 그냥 모른 체 하면 금새 포기하고 자러 간다. 낮에 나랑 둘이 있으면 내가 뭘 하는 지 한번씩 와서 확인하고 가기도 하고.
주말에 외출했을 때 우리는 시저에 대한 걱정 반, 생각 반으로 서둘러 돌아오곤 했다. 그때 난 처음으로 집에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인 줄을 알았다. 이제 며칠 후면 주인 곁으로 돌아가겠지만, 우리는 한동안 시저 얘기를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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