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독립 기념일 연휴에는 세코이야 국립공원을 여행, 크리스탈 동굴을 볼 기회가 있었다. 크리스탈 동굴은 지하수 퇴적 작용으로 이루어진 암석 동굴로서, 기기묘묘한 종유석과 형형색색 의 형태를 한 미로가 약 반 마일 가량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었는데 휑한 동굴의 입구에서 불어오는 음습한 바람이 마치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을 듣는 듯 쓸쓸한 야성으로 압박해왔다. 마치 자연의 승리는 스스로의 침묵이라는 듯 고독과 진실이 느껴지는 아름다움이었다. 자연은 고독하다. 고독하기에 왠지 자연 속에서는 아! 하고 소리치고 싶은 내부의 야성이 용솟음 치곤 한다.
미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고 있자면 미국을 왜 ‘美國’이라 명명했는지 실감케한다. 미국은 과연 자연의 축복을 받은 나라이다. 미국은 1776년 영국과의 독립을 선언한 뒤 전세계 자유인들의 꿈의 나라가 되었다. 자유와 평등은 미국의 상징인데 이는 자유, 평등을 부르짖던 18세기 낭만주의 사조와도 일맥 상통하는 것이었다. 특히 공화주의를 몰고온 나폴레옹과의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전쟁음악 ‘웰링턴의 승리’는 어쩐지 미국의 독립기념 축가로도 어울리는, 용맹한 기상이 용솟음 치는 음악이다.
베토벤이 작곡한 ‘웰링톤의 승리’는 수법상으로는 베토벤의 작품중 가장 유치하지만 마지막 승리의 폭죽(행진곡)소리는 베토벤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승리의 감동으로 감정을 격양시키는 작품이다.
승리란 어떤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전쟁… 경쟁 등에서의 승리로만 알고 있으나 아름다움에 대한 염원, 그 궁극에 도달하려는 의지야말로 음악에서 말하는 승리의 또 다른 표현일 것이다. 음악에서도 여러모양으로 승리를 표현하고 있지만 베토벤의 승리 표현은 어쩐지 침울하면서도 내적 예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예외적이다. 굳이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조금 철학이라고 할까, 어쩐지 고독한 야성이 느껴지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가중 하나로 손꼽히는 베토벤은 결코 천재형 작곡가는 아니었다. 천재형의 모차르트와는 매우 대조적인 작곡가였는데, 그의 노력형 작품들은 과묵하면서도 독일적이었다.
베토벤이 모차르트를 능가했던 점은 야성미였다. 유려한 모차르트의 음악이 뇌리에 머물고 있는 음악이라면 마음으로 울리는 음악이 바로 베토벤의 음악이었다. 마치 내부에서 울리는 승리의 희열같은 것이었다고나할까.
베토벤은 전쟁을 좋아했다고 한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이념)적인 측면이긴 하였지만 베토벤은 ‘국가(플라톤)’등을 탐독하며 공화주의에 열광했다고 한다.
’내가 음악을 할줄 아는 만큼 전쟁을 할줄 알았다면…’ 베토벤이 폭군 나폴레옹을 증오, 몰락을 염원했는데 이를 모를리 없었던 영국은 넬슨 제독이 웰링톤 전투에서 나폴레옹군에 승리한 뒤 특별 위촉으로 작곡된 곡이 바로 ‘웰링톤의 승리’라고 불리우는 전쟁음악이다. 베토벤은 ‘웰링톤 승리’의 작곡의뢰가 들어오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단숨에 완성, 베토벤의 작품사상 가장 큰 히트를 기록하는 인기곡을 탄생시켰다.
’웰링턴의 승리’는 초반에는 드럼과 총소리등 요란벅적한 전쟁소리로 가득, 예술성은 별로 느껴 볼 수 없으나 마지막 승리의 팡파레(행진곡)에서는 베토벤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드높은 웅지로 감정을 격앙시키는 작품이다.
’웰링톤의 승리’는 전쟁묘사를 위해 특수 악기가 고안되었는데 이에 크게 공헌한 사람이 바로 베토벤의 친구였던 요한 마젤. 박자 기계의 발명가 마젤은 거대한 트럼펫 기계, 군악 밴드등을 특수 고안하여 베토벤의 ‘웰링턴의 승리’에서 크게 효과를 보았다. 물론 이 때문에 작곡은 조금 유치하게 흐르고 말았지만 결국 마젤-베토벤의 합작품 ‘웰링톤의 승리’는 1813년 런던에서 초연되어 일반인들에게 유래없는 성공을 거두고, 4일만에 재 공연되었다.
1부 콩 볶는 듯한 총소리, 드럼소리등이 지나고 나면 2부의 유명한 승리의 행진곡이 나온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자유의 염원, 승리의 희열이 폭죽처럼 터지면서 울분이 동물적인 울부짖음으로 터져 나온다. 베토벤의 전생애가 그랬던 것처럼 운명을 굴복 시키려는 거인의 기개가 압도하는 베토벤의 대작에 유럽은 또한번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었다.
곡은 교향곡 형식보다는 서곡 형식으로 단 1악장으로 그치며, 약 10여분간 시끌벅적한 드럼, 총포의 울림이 끝나면 마지막 승리의 팡파레가 울려퍼진다. 누구나 염원하는 승전의 기개가 소나기처럼 퍼붓는 가운데 음악은 마치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독수리의 날개짓 처럼… 통쾌한 승리의 희열로 끝맺는다. 베토벤을 대표하는 가장 통쾌한 음악중의 하나로서, 자유와 승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전쟁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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