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모가 1촌이고. 내 형제자매가 2촌이고, 내 부모의 형제자매인 3촌의 아들과 딸이 4촌이다. 나와 한 몸인 배우자는 나와 함께 부촌(無寸)이다. 그리고 ‘이웃 4촌’이란 이웃을 비롯해 늘 만나는 사람끼리 서로 돕고 의 좋게 지낸다는 뜻이다.
영어권에서는 촌수가 없으니 내 4촌을 커슨( cousin)또는 브라더(brother)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고 더욱이 ‘이웃 4촌’이란 말을 영어로 말할 때는 군색한 긴 문장(A good neighbor is better than a brother far off.)을 늘어놓아야 한다.
그런데 조선조 중종 때 학자 김종국(金鍾國)은 그가 지은 향약문(鄕約文)에서 이웃은 사촌이 아니라 삼촌반(三寸半)이라고 했다. 이웃이 멀리 사는 사촌보다 더 친근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가 새집을 사 누군가가 집값을 묻자 1천1만금이라고 했다. 무슨 집이 그렇게 비싸냐고 되묻자, 1만금으로는 집을 사고, 1천만금으로는 이웃을 샀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옆집 사이의 담장에 구멍을 뚫어 암키와(雌瓦)와 수키와(雄瓦)로 그 구멍을 버티게 하고 일상 음식이 아닌 별식을 만들면 그것을 주고받기도 하였다. 아낭내의 대문 출입이 어려웠던 시절의 얘기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이웃에서 살기를 원한다. 그런데 대우주 속에 좁디좁은 이 지구라는 별에 사람으로 태어난 우리는 밭에 뿌려진 씨앗처럼 하나 하나가 따로 따로지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서로가 같은 연기(緣起)로 시작된 하나 하나다.
그리고 그 연기는 만났다 헤어지고 헤어졌다 만나는 상생 상극의 윤회를 되풀이한다. 부부간의 연기가 그렇고, 형제자매간이 그렇고, 이웃간이 그렇고, 같은 직장인이 그렇고, 여기 한인 동포 사이가 그렇다.
초면인 사람을 만나 서로 얘기를 주고받는 중에 몇 사람을 거치다보면 서로 가까워 질 수 있는 사이임을 알게 되 “세상 참 좁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는 얘기다.
하다못해 식물계에서 꽃만 보아도 곤충계에 벌이나 나비가 없으면 꽃이 제구실을 못하고 벌과 나비도 꽃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벌이 꽃에서 꿀을 빨아먹지만 꽃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도리어 꽃가루를 날개에 싫고 다니며 주인아비 노릇을 하여 꽃에 열매를 맺게 한다.
예년 같으면 호박 넝쿨에 호박이 주렁주렁 매달릴 시기에 열매조차 애송해 이상하다 했더니 주위에 잡초를 없애기 위해 살초제를 뿌린 까닭이 였다.
살초제 냄새를 맡고 벌과 나비가 호박꽃잎에 접근을 못한 것이다. 그래서 ‘숫 꽃잎’을 따서 ‘암 꽃잎’ 속에 꽃잎 가루를 인공(人工)으로 묻혀 수정시켰더니 생기를 얻기 시작하여 실한 호박 넝쿨로 탈바꿈을 했다. 동물과 식물 사이의 이같은 신비로운 자연의 상생(相生) 관계를 촌수로 따진다면 몇 촌쯤 될까.
2촌간의 형제 중 바다거북 만한 사이도 없을 것이다. 바다거북의 산란장은 백사장의 깊은 웅덩이다. 여기에 보통 500개 이상의 알을 낳고 모래로 알을 덮는다. 그런데 알에서 부화한 새끼거북들은 그 육중한 모래를 뚫고 빠져 나온다.
맨 위쪽의 새끼들은 부지런히 머리 위의 모래를 걷어내고, 옆의 새끼들은 벽을 허물고, 맨 아래 새끼거북들은 무너진 모래를 밟아 바닥을 다져가면서 세상으로 나온다. 서로 돕는 것이 서로 사는 길임을 말해주는 좋은 예이다.
그런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세계에서 사촌이 땅을 사면 왜 배가 아프다 하고 2촌간인 형제가 잘 살면 왜 애간장이 탄다고 하는가. 본래는 흥부같이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놀부와 같이 과욕에 사로잡혀 너와 나를 분리하고 너와 나를 비교한 때문이다. 마음이 예뻐야 꽃도 예쁘게 보이는 법이고, 마음이 착해야 복도 굴러 들어오는 법이다.
학교에서 전쟁의 원인을 조사해 오라는 숙제를 받아들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전쟁은 왜 일어나죠?
“그건 예를 들어 영국과 미국이 사이가 나쁘다면… 그때 옆에서 듣고있던 어머니가 “미국과 영국은 우방이고 사이가 나쁜 건 이스라엘과 이라크예요. 남편이 얼굴을 붉히며 “나는 예를 들어서 얘기하는 거요!
어머니도 화를 내며 “아이들에게 바르고 정확한 것을 가르쳐 줘야 되잖아요.” 아버지는 드골이 한 말을 끄집어내며 소리를 높였다. “나라는 서로 이해만 갖고 있을 뿐 친구가 될 수 없는 거요, 어머니도 언성을 높이며 한바탕 전쟁이 벌어지자 아들이 말했다.
“됐어요. 엄마, 아빠! 이젠 전쟁이 왜 일어나는지 확실히 보고 알았어요.
부부 사이를 무촌이라 한 것은 자기를 주고 자기가 없는 사람끼리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주장을 펴는 것은 좋지만 5욕 7정이 발동하여 서로 물고 물리는 말의 싸움은 스스로가 무촌임을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다.
앞서 학자 김종국이 “1만금으로는 집을 사고, 1천만금으로는 이웃을 샀다고 말하고 있다. 나와 남 그리고 이웃과의 서로 사귀기, 서로 돕기를 얼마나 중요시했던가를 짐작케 하는 ‘이웃 3촌 반’이다.
/ikhchang@aol.com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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