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다 빛 좋은 개살구야.
너, 지금 무어라 했노?
엄마 소원 못 풀어 주었지만 난 행복해.
아이쿠, 이것아!
딸의 이야기를 듣고 펄쩍펄쩍 뛰다 카펫바닥에 펄썩 주저앉아 ‘아이쿠, 내 팔자야....’ 하면서 통곡을 한다. 진희는 새크라멘토로 시집을 갔다. 먼 거리도 아니면서 시집이란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놓으니 생각처럼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시부모 모시고 사는 것도 아니고, 두 식구만 살고 있는데도 그렇다. 그러니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하루 밤 자고 간 후 근 1년 만에 친정 집을 찾았다. 진희는 측은한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본다. 진희는 자기 몸무게의 두 배나 되는 엄마의 등치에 환멸을 느꼈다. 어쩌다 코끼리 같은 몸무게가 되었느냐고 투정도 해봤다. 진희는 지금까지 한번도 엄마와 외출을 해본 적이 없다. 계절에 따라 친척들이 야외를 나가도 진희는 엄마가 가면 다른 핑계를 대고 참석을 안 했다. 사촌들이 아무리 가자고 해도 안가는 진희였다. 진희의 친구들이 엄마와 쇼핑 가서 신발, 블라우스를 샀다고 자랑할 때 마음이 가장 불편했다. 왜 나의 엄마는 저렇게 뚱뚱보가 되었을까? 보통 엄마처럼 되어도 진희의 마음은 이렇게 구정물을 덮어 쓴 것 같은 기분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편 진희의 마음을 다소 위로하는 것이 하나있다. 그것은 아버지의 체격이었다. 엄마는 음식을 만들어 아버지와 딸한테는 주지 않고 혼자만 다 먹어치운 것 같이 엄마의 몸은 늘어만 났다. 회오리바람이 불면 아버지는 종이 조각들과 함께 하늘로 치솟아 올라 갈 것 같았다. 진희는 그런 아버지와 영화 구경도 다니고 식당에도 갔다.
다른 가정에서는 딸이 엄마와 친구처럼 이야기도 하고 외출도 하지만 진희는 그렇지가 않았다. 진희 엄마도 그런 딸이 섭섭하고 미웠지만 자신의 몸매를 생각하면서 속을 삭히고 있었다. 사람이란 무슨 일을 단념하면서도 가끔 가슴 저 밑에서 솟아나는 감정이 있다. 진희 엄마는 딸년이 자기를 완전 배제하고 남편과 외출 할 때는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 때도 있었다. 외출하는 부녀를 향해 집에 돌아오지 말라는 소리까지 내어 뱉기도 했다. 그러나 어미의 마음은 돌아서면 그렇지가 않았다. 딸이 자기의 몸매를 닮지 않았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쁘고 행복했다. 만약 딸이 자기의 몸처럼 되었다면 ‘비만 모녀 비관 자살’ 소동이 일어났을 것 같아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진희 엄마는 결혼하기 전 소원과 꿈이 있었다. 보통 처녀들이 바라는 명예와 돈이 아니었다. 자기의 몸을 꼭 안아 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는 것이 소원이었다. 질투의 여신은 그런 소원을 이루어 주지 않았다. 맞선을 몇 번보고 부모님이 좋다는 남자와 결혼했다. 부모의 결정에 항의도 반대도 해봤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남자의 몸이 너무 호리호리해 조금 강한 바람만 불어도 멀리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그래도 그 긴 팔로 자기를 안아주겠지 하는 기대에서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면서 살을 빼는 약을 먹고 운동도 해봤지만 체중계 바늘은 점점 오른 쪽으로만 뻗어 갔다. 진희 엄마는 남편의 넓고 따스한 가슴에 포근하게 안겨보는 꿈은 꿈으로 사라져가고 말았다. 그래서 딸을 낳아 남편한테 귀염받는 여자로 키워보고 싶었다. 진희 엄마는 결혼초기에 임신 공포증이 있었다. 뚱뚱한 체질은 유전이라고 했는데 만약 자기 같은 딸을 낳으면 어떻게 할까 하는 불안에서 남편과 잠자리를 피하기까지 했다. 사랑의 여신은 그런 여인의 마음을 알고 딸을 보내 주었다. 그리고 딸이 자라면서 자기와 같은 몸매가 되지 않는 것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진희 엄마는 딸한테 온 정성을 다 쏟아 넣었다. 음식에서부터 운동하는 것, 잠자는 것까지 신경을 쓰면서 딸을 키웠다. 딸한테서 자기가 받지 못한 남편의 사랑을 두 배 세배의 사랑을 받으면서 생활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 엄마의 뜻을 알고 있는지 진희의 몸은 봉숭아 꽃잎처럼 점점 모양을 내고 있었다. 결혼 나이가 다가올 때 엄마는 딸한테 자기의 심중에 있는 말을 해주었다. 자신의 몸이 너무 뚱뚱해 남편한테서 따스한 사랑을 받지 못했고, 이웃들로부터도 고운 눈초리를 받지 못하고 온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니 너를 꼭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체격이 좋은 남자와 결혼해 줄 것을 당부했다. 진희는 엄마의 뜻을 받아 그런 남자와 결혼을 했다. 진희 엄마는 사위 될 사람의 체격을 보고와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사위를 보는 순간부터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자기의 소원까지 다 이루게 되었다고 덩실덩실 춤까지 추웠다. 그렇게 기대 했던 일. 그저 전화로 행복하고 남편이 잘 해 주고 있다고 해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진희의 말을 듣고 갈가리 찢어지는 가슴을 웅켜 쥐고 눈물만 끝없이 자아내고 있다.
이것이 무슨 말이고.
너희 아버지는 내가 너무 뚱뚱해 뜨겁게 못 안아 줬다마는 그놈은 네 몸무게 두 배나 되는데도 그래 자기 마누라 한번 번쩍 안아 올리지 않았단 말이지.
엄마, 꼭 남편 품에 안겨야 행복한 것이 아니잖아.
아이쿠 이것아, 여자는 남자 품에 꼭 안겨야 행복한 거야. 나는 네 이모가 자그마해서 이모부가 인형같이 다루는 것이 얼마나 부러웠었는데......
엄마, 그렇게 안 안아 주어도 난 행복하고 밤에도 외롭지 않아, 엄마 울지마.
그 도둑놈, 내가 그렇게 당부했는데. 출근하면서 마누라 한번 안아주면 갈비뼈가 부러진단 말인가.
진희 엄마는 더 엉엉 소리내어 운다. 진희가 소파에서 내려와 엄마를 왈칵 끌어안는다. 손을 다 뻗어도 안을 수가 없는 엄마. 진희는 짧은 팔을 마음껏 늘려서 따스한 사랑의 포옹을 하리라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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