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지역의 실업률이 8%를 넘어선 지 2년이 지났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은 이 수치에는 정리 해고된 사람들 특히 기업 구조조정에서 희생된 화이트 칼러 근로자들이 상당수이다.
팔로알토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초반의 J모씨는 동부의 유명대학과 법대를 나와서 변호사가 된 뒤 하이테크 바람에 휩싸여 실리콘밸리 지역으로 건너왔다.
그는 인터넷 회사에서 법률 자문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20만달러의 연봉을 받아왔고 그런 배경도 어느 정도 역할을 했는지 재원인 K모씨를 만나 결혼했다.
K모씨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여성임에도 잘나가는 하이테크 기업에서 충분한 대우를 받고 일해오던 중 결혼과 함께 사직을 했다. 남편이 돈 잘 벌어 오는 데다 남편으로부터 육아와 가사에만 충실해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닷컴 산업이 붕괴되면서 남편 J씨는 회사로부터 정리 해고가 됐고 일자리를 찾았으나 여의치 못하자 부인인 K씨가 생계를 떠맡게 됐다.
전에 다니던 회사로부터 업그레이드된 연봉에 매니저 타이틀까지 얻은 K씨는 풀타임 직장 여성으로 돌아왔고 남편인 J씨는 집안 일을 하면서 두 아이의 엄마 역할을 해오고 있다.
J씨처럼 실업자가 되어 전업주부 역할을 하고 있는 사례도 있지만 부인이 남편보다 연봉이 많아서 남편이 자발적으로 자녀 양육을 위해 일을 줄이거나 직장을 아예 그만두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맞벌이 가정 중 아내의 연봉이 남편보다 높은 가정이 30%가 넘는다는 자료 발표와 함께 아내들이 남편보다 연봉이 높은 이유 중의 하나로 지난 2000년 이후 급성장된 여성들의 관리직 진출도 단단히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래서인지 지난달 산호세 주립대 연구소가 지역 주민 215명을 대상으로 9가지 항목에 걸쳐 남녀간 가정일 분담 사례를 조사한 결과 집안 일의 대부분은 아직도 여성의 역할이 높으나 남녀간 역할 분담을 약속해 놓은 부부나 동거 남녀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경제 전문지 포춘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을 선정, 그중 3분의1이상의 남편이 집에서 가사를 돌본다는 내용을 게재했다.
이런 여러 내용들은 여성들의 경제적 능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남편보다 높은 연봉을 받은 여성 가장들을 ‘알파 어너’(Alpha Earner)라고 부른다.
’알파 어너’들이 증가할 것이라는 추세는 여러 자료에서 볼 수 있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연봉이 비교적 높은 관리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983년에는 34%였지만 2001년에는 50%에 이르렀으며 현재 학사나 MBA를 따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특히 고소득충이 즐비한 뉴욕이나 실리콘밸리에서는 상당수의 맞벌이 부부들 중 자녀 양육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한 듯 둘중 하나는 자녀 양육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는 경향이 높다.
페미니스트들이 결국 남성을 가사에 끌어 들였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생각을 쉽게 하는 젊은 엘리트층들은 이런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도 높다.
집에서 느긋하게 애를 보는 것이 좋을지, 직장에서 관계 좋지 않은 상사와 얼굴을 마주할 지 어느 것을 선택하라면 당연히 앞쪽을 선택하는 인내심 많은 젊은 남편들이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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