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가한 북한의 ‘미녀’ 응원단(그들이다 미녀도 아닐 텐데 반드시 ‘미녀’를 앞세우는 이런 호칭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이 경북 예천에서 비에 젖은 장군님(김정일이 언제 장군이 되었나?) 사진을 보고 강력히 항의하고 ‘남편의 상을 다한 아내가 오열하는 것처럼’(현장에 있던 경찰의 말) 큰 소리로 울면서 사진을 떼어내 모셔 갔다는 기사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어여쁘고 순진한 이미지’로 비쳐 온 이들의 실체는 이렇다는 것을 보여준,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사건이었다.
또 10여명의 응원단들은 완력으로 취재하던 기자의 카메라를 빼앗는 전투적인 면모도 보여주었다. 이 모양을 지켜보던 예천 군민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소름끼치는 일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 장소에 걸려 있던 여러 개 현수막 중 하나에는 ‘북녘 선수단을 이렇게 만나니 통일 잔치 날도 멀지 않았군요’(예천 두레 모임) 라고 쓰여 있었다. 얼마나 순진한 얘기인가! 사실은 그 반대로, 통일 잔치 날은 요원하고, 통일이 되더라도 상상도 하지 못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을 응원단의 이 행동에서 깨닫게 된다.
이후 신문 보도에서 이 충격적 행동이 나온 배경을 알게 되었다. 북한 주민들은 매일 ‘유일사상 10대 원칙’을 암송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3조의 네 번째 항목은 ‘경애하는 수령의 초상화, 초상화를 모신 출판물...들을 정중히 모시고 다루며 철저히 보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응원단은 20년 전후가 되는 세월 동안 이 원칙에 세뇌되어 왔다. 이 것을 이해하면 이들의 이 놀라운 행동이 전혀 놀랍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놀라움의 해소가 주는 맛은 쓰디쓰고, 심경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나는 이 응원단들 역시 심각한 인권의 침해를 입은 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밥을 굶거나 고문을 당하거나 수용소에 있지 않다. 그럼에도 스스로 의사를 결정하고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송두리째 상실하고 살아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인권침해의 피해자다.
김정일 체제의 우월성을 한국과 세계에게 과시하기 위해 보내 진 이들이 이 날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북한 체제의 억압과 인간성 말살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게 되었다는 것은 서글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유니버시아드가 세계인의 축제라는 것을 망각한 듯, 오로지 북한 선수들과 응원단의 주위만 맴돌면서 열광하던 일부 한국인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일이었지만 이 사건이 일어난 것은 잘 된 일이다. 진실과 진리는 가끔 이렇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 정부와 지도자들은 남북 화해와 통일이라는 대의 앞에서는 원칙도 필요 없고 어떤 양보도 좋다는 식의 생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김정일 정권과 통일하는 것이 아니다. 통일은 북한 주민들과 하는 것이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애써 외면해 온 한국 정부는 마치 김정일의 비위를 맞추는 것만이 통일을 위한 최선책이라고 믿는 것 같다. 진정으로 남북 화해와 통일을 추구하려면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가 개선되고 해결되어야만 한다.
8월 27일 미 <월스트리트 저널> 지는 3년 전부터 북한의 인권문제와 북한 주민 탈북 지원 활동을 벌여 온 독일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 씨의, “한국이야말로 북한에 자유를 찾아주는 데 가장 큰 외부의 걸림돌이라고 성토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그는 의료 지원 활동을 위해 북한에서 일하다가 인권 옹호의 주장을 펼쳐 추방되기까지 북한 경찰에 구타당한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한국에서는 경찰에 구타당해 목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다녀야 했고 전화는 도청되고 감시인이 따라 붙으며, 하루에 1,400 통에 달하는 한국 학생들의 증오메일(hate-mail)을 받고 있다. 부상당한 몸으로 유니버시아드 경기장 주변에 있다가 다시 보수 성향의 한국 시민단체와 북한 기자들의 충돌 사태에 휩쓸렸던 그는 북한 기자에게 각목으로 얻어맞고 한 때 정신을 잃기도 했다. 한국의 한 신문은 폴러첸씨가 북한 기자와 주먹다짐을 했다고 보도했으나, 그는 위에서 말한 부상으로 서 있기도 힘든 상태였다고 한다.
그는 마치 80년 대 운동권의 대학생들처럼 주거지를 옮기면서 숨어사는 생활을 하고 있다. 한 기자는 천신만고 끝에 전화도 없는 그가 보낸 어떤 사람을 따라 가서 간신히 만날 수 있었다. 신변의 위협 때문에 잠시 한국을 떠난다고 말한 폴러첸 씨는 그러나 북한 인권 운동을 결코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의 옆집에 부모에게 구타당하는 어린이가 있다고 해보세요. 당신은 그 집에 뛰어들어 그 아이를 구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그는 기자에게 반문했다. 그런데 그 집에 뛰어들었다고 경찰이 당신을 구타했다면! 폴러첸 씨는 북한의 인권 침해 전에 먼저 한국의 인권 침해, 심지어 정권 교체를 이야기해야 할 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의 인권 침해 문제 때문에 온 세계에서 개인과 단체들이 나서고 있는 데도 당사자인 한국 정부와 인권 단체들은 침묵을 지킬 뿐만 아니라 공공연한 방해까지 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미국에 사는 우리 동포들은 나름대로 작더라도 한 몫을 하기 위해 연구하고 행동에 나서야겠다. 많은 교회와 교포 단체들이 북한의 인권 회복과 탈북 지원을 주요 사업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참고로 몇 개의 북한 인권관련 단체를 소개한다. 이들에게서 관련 정보를 얻고 우리의 의견을 알리며 지원에 동참할 수 있다.
●미국을 걱정하는 여성들(CWA:Concerned Women for America. 금년에 결성된 북한 자유 연합(North Korean Freedom Coalition)의 주관 단체(www.cwfa.org)
●지미 카터 센터
(www.CarterCenter.org)
●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www.ned.org)
●Global Policy Forum(유엔 세계 정책 모니터링: www.globalpolicy.org)
●Free North Korea!
(www.freenorthkorea.net)
/애팔래치안대 정보기술 시스템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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