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접대하는 살롱 같은 데는 조명이 흐리다. 원래는 엉뚱한 짓 하라는 게 아니라 여성을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다. 3 럭스, 촛불 세 자루만큼의 밝음에서는 기미나 주름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돋보기로 피부를 들여다보면 달나라 표면처럼 보인다. 적당한 간격 적당한 조명으로 바라보아야 아름다움을 제대로 관조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들 마음 안에 생성되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의 분출은 대부분 <바라보기>에서 시작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보는 것으로 하루를 연다. 그 뒤에 이어지는 행동은 바라보고 나서 일어난 충동의 실행이다. 그러나 같은 것을 보고도 생각과 느낌의 편차와 강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인간은 로버트와 다르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차이는 유전적인 또는 후천적인 성격, 지식, 다양한 삶의 체험에서 나오는 독특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다른 유형의 삶을 엮어가게 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에도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외롭다. 서로 다른 개성들이 외로움을 떨구기 위해 이웃과 공동분모를 찾아내려는 부단한 노력이 새 문화와 문명을 창조하는 것은 아닐까.
샌프란시스코의 자랑 금문교는 두 개의 쇠기둥을 바다 속에 세워 케이블 선으로 양쪽에서 다리를 들어 올리고 있다. 엄청난 힘이다. 지름이 90센티인 케이블 선은 수없이 많은 가는 철사 줄의 묶음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무수한 사람들이 함께 엮어짐으로 상상을 초월한 인간사가 형성된다.
마치 무슨 논문을 쓰듯 딱딱한 글이 되었지만 우리가 지지고 볶고 세상을 살고 있지만 개개인은 일률적일 수 없으며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그를 포괄적으로 묶으려고 만 하지말고 개개인이 인정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랑은 함께 앞을 바라보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상대방이 바라보는 느낌과 생각이 자기와 다른 것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사랑이다.
나치시대 언제 사형을 당할 지도 모르는 유대인 몇이서 철조망 앞에 쪼그리고 앉아 메마른 땅에 용케도 피어난 들꽃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좁은 가슴으로는 도저히 이겨내기 힘든 일을 당하면 이 구절을 떠올린다.
물 반 컵을 <바라보면서> 벌써 반 밖에 안 남았잖아 안달을 떠는 사람과, 아직 반이나 남았잖아, 그러는 느긋한 사람도 있다. 욕심이 치솟을 때 생각하고 한숨 돌리는 구절이다.
현대사회는 지나치리만큼 물질 만능주의다. 예술이나 학문 어느 때는 종교도 재물 앞에선 꼼짝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생 성공의 척도도 떼돈 번 것에 둔다. 그 빈도가 얼마나 심한지를 알고 대단히 놀란 적이 있다. 22년이나 한 업종을 했으니 그 이야기를 써보라는 말을 듣고 아이들 교육시키고 빚 없이 살았으니 이만 하면 된 게 아니냐고 썼다가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다. 사실은 세상 살아가는데 돈이 전부 일수는 없다라는 생각이었는데 표현력 부족이었는지 그 걸 성공담이라고 썼느냐. 몇 대 손 까지 먹여 살일 만큼 돈을 벌었다면서 라고 빈정대는 이도 있었다. 대부분의 이웃은 나보다 휠 씬 큰그릇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저지른 실수였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부끄럽다.
그러나 내가 경제학을 전공한 이유는 아버지제자들이 경제학은 돈으로의 힘을 넘어 문학도 포괄하고 정신적 행복도 어우른다고 우리 아버지가 그러셨다는 꼬임(?)에 넘어 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와서 돌아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내가 너무 대형화된 자본만능주의에서 처져 살고 있다는 자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천석(千石)을 가지면 천가지 걱정을 만석(萬石)을 가지면 만가지 걱정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인문(人文) 쪽을 바라보고 살아온 것이 다행스럽다가도 내 이웃들이 과학 쪽으로만 바라보며 사는 게 쓸쓸해지기도 하고 자신이 무능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행 가이드가 들려준 이야기다. 대단히 아름다운 관광지보다 왠지 그의 이야기가 먼저 떠오른다. 재일 동포 관광객 40명이 하와이 관광을 왔는데 놀랍게도 모두 장님이었다. 무얼 보겠다는 겐가 암담했지만 그러나 그들은 질서 정연이 줄을 서서 뷔페 음식을 담아 가고 여행 중에는 열심히 듣고 그것을 마음에 새기더라는 것이다. 이 바다 끝에는 당신들이 살고 있는 일본이 그리고 조국이 있어요 라고 설명하면 불어오는 바람을 들어 마시며 물새 소리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받아드리는 진지한 그들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벅차 말을 이어 갈 수가 없었단다. 그들이 떠나면서 참으로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우리도 이렇게 즐거운데 볼 수 있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세상은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아름다움답다. 소유는 욕심이다. 누구한사람 동전 한 잎 지니고 세상 떠난 적이 있는가. <바라보는 것>것만이 참 사랑이다. 몇 백년을 서로 바라보는 은행나무의 사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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