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하늘 천(天) 따 지(地)를 동시에 외치고 있는데, 한국은 따 지(地)자만 더듬고 있다. 그나마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방불케하는 정계의 모양새는 한심스럽기만 하다.
지금 중국 본토는 물론 이곳 화교(華僑)들은 1997년 홍콩의 주권 접수나, 2008년 하계 올림픽 유치 성공에 못지 않은 축제 분위기로 휩싸여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쾌이재 쾌이재’(快哉 快哉)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최초의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5호’가 지난 10월 15일 발사돼 10분 후 지구궤도에 진입, 21시간 동안 지구 주변을 14바뀌 돌면서 모종의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기 때문이다. 발사에 24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었지만 누구하나 ‘돈 얘기’ 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다음은 달을 도는 인공위성을 쏘자’고 나섰다. 민족적 자부심에 엄청난 플러스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중국은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유인우주선 발사국이 되었고 덩달아 국가신용도가 한국보다 한 단계 높은 ‘A2로 상향조정되었다. 외국인의 투자도 중국 상품의 지명도 껑충 뛰었다.
이에 대해 ‘우주 개발 맹주’로 군림해 온 미국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군사 대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우려했고, 이 분야에서 ‘아시아 제1인자’를 자처해온 일본은 편치 않은 눈치다.
200여년 전 나폴레옹이 “중국이 깨어나면 세계를 뒤흔들 것이다 라고 한 서양의 뿌리깊은 황화론(黃禍論·The yellow Peril)이 지금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그게 뭐 대단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중국에서 밀려 온 황사(黃砂)가 하루만에 서울 상공을 뒤덮듯이, 중국과 우리 나라는 지정학(地政學)을 따질 것도 없이 여러 면에서 직·간접으로 얼굴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2020년, 인구 16억명의 중국은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하고, 군사력은 배가된다.」는 미국의 중국 전문가 데이빗 램튼(David M. Lampton) 교수의 주장도 무심코 넘길 수 없는 관심사다.
미·중 양국은 서로가 밉다고 하지만 결코 서로가 멀리할 수 없는 중국이고, 미국이다. 이유는 서로 무역흑자를 내다본 국익 때문이다. 미국은 대중 무역에서 매년 18%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지난해 교역액은 815억달러에 이르렀고, 중국은 올해 대미 교역액을 1000억달라, 2005년에는 총 누적 대미 교역액을 1조달라로 내다보고 있다. 서로가 대대적인 흑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날 중국의 경제발전을 상징하는 것은 각종 통계(統計·statistics)라고 말한다. 세계인구 20%에 해당하는 13억 시장에서 나오는 통계는 그 크기와 변화와 속도에서 삶의 기를 꺾어 놓는다고 말한다. 지난 2002년도 외환보유고는 2000억으로 육박 세계 2위, 세계가전제품 시장점유율 1위, 핵심두뇌집단의 수는 5만명, 정보산업기업 수는 2만개, 상하이 시내 30층 이상 고층 빌딩 수는 2700개나 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이같은 통계라고 하는 잣대만은 아니다. 아울러 그들 특유의 상혼(商魂)을 간과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의 자부심(自負心·Pride)과 자제력(自制力·Self control) 그리고 ‘어떤 고양이든 쥐를 잡으면 되지 고양이의 색깔을 따지지 않는 실리적인 실사구시(實事求是·utilitarianism)의 정신이다.
그들은 이 세 가지 정신적 무기를 가지고 지구 어느 곳이건 파고들어간다. 그러면서 당은 당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사회주의나 자본주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잘 먹고 잘 사는 주의가 더 중요하다는 국가시책을 펴고 중국 인민을 돕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중국은 이제 사업대국에서 경제최강국으로 발돋움하여 과거 아시아에서 일본이 앞장서고 나머지 국가들이 뒤를 따르던 ‘오리 행렬’의 경제구조가 허물어지고 지금은 중국이 앞장서고 나머지 국가가 그 뒤를 헐떡이며 따라가는 ‘기러기 행렬’로 바뀐 것이다.
중국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일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자강불식 후덕재물(自强不息 厚德載物)이라는 표어이다. 풀이하면 ‘후덕한 그릇 속에 재물을 담도록 자신을 끊임 없이 채찍질 한다’는 뜻으로 주역(周易)에서 나온 말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중국 대학들은 이 여덟 글자를 교훈(校訓)으로 삼고 인문·자연·예능 교육을 시키기에 앞서 덕(德)을 먼저 쌓도록 ‘사람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4년 동안 고전(古典) 100권(중국고전 70권, 서양고전이 30권)을 익혀야 한다. 고전을 통해 과거에 잘된 것을 본받고, 잘못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21세기의 주인은 미국인가 중국인가에 대해 세계의 이목이 중국에 쏠리고 있는 이 때 우리는 고개를 숙인 채, 따 지(地)자만 되풀이할 수는 없다. “중국경제가 주변국을 흔들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며, 미·중 양국의 국제관계가 미묘해 질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우리 나라만큼 절실하게 느끼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ikhchang@aol.com
철학박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