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요원.수양딸 등 5~6명 동행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27일 오후 워싱턴DC에 도착, 외교부 관계자, 보안요원 등의 호위를 받으며 도널드 레이건 공항을 빠져 나오고 있다. 황 전 비서는 국무부가 대기시켜 놓은 리무진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워싱턴DC=이종국 기자>
▶이보다 앞서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땅에 첫 발을 내디딘 황 전 비서가 라과디아 공항 마린 터미널에서 워싱턴DC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비밀리에 이동하다 카메라에 잡혔다. <김재현 기자>
황장엽(80)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우여곡절 끝에 27일 오후 워싱턴DC에 도착했다.
비정부 인권단체인 디펜스 포럼 초청으로 방미길에 오른 황 전 비서는 이날 뉴욕을 거쳐 오후 1시35분 델타항공 1753편으로 로널드 레이건 내셔널 공항에 내렸다. 황씨의 방미에는 외교부 관계자, 보안요원등 5~6명이 동행했으며 수양딸로 알려진 김모씨도 함께 와 눈길을 끌었다. 황씨가 97년 망명 후 외국을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항에서 황씨는 방미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않은 채 곧바로 미 국무부에서 대기해놓은 리무진을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검정색 중절모를 쓰고 흰 와이셔츠에 푸른색 넥타이를 맨 검정색 정장 차림의 황씨는 긴장과 장시간 비행 탓인지 시종 굳은 표정이었다.
황씨의 출국과 입국은 007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철통같은 보안 작전 속에 이뤄졌다. 황씨는 외교통상부 직원인 K씨 명의로 1등석 항공권을 예약한 뒤 탑승시간보다 15분 빠른 27일 오전 10시15분께(한국시간) 일행과 대한항공 081편에 올랐다.
뒤늦게 이들의 탑승 사실을 파악한 취재진이 인터뷰를 하러 비행기에 오르려 했지만, 공항 관계자들에 의해 제지됐다. 인천공항에는 한총련 대학생 10여명이 새벽부터 진을 쳤지만 황씨와 조우하지는 못했다.
황씨는 27일 오전 10시25분 뉴욕 JFK 공항에 내린 후 라과디아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곧바로 워싱턴으로 향했다. 공항에는 미국, 일본, 한국 특파원등 각국 취재진이 대기해 있었으나 출구를 잘못 짚어 대부분 허탕을 쳤다. 황씨 일행이 극비리에 입국하는 바람에 외국 언론사중에는 일본 후지 TV만이 황씨의 도착 장면을 잡았다.
주미대사관측에서도 뒤늦게 공항에 도착, 황씨 일행을 놓쳤다.
이날 공항에는 국무부 소속 비밀경호대(Securit Service) 요원들이 지키고 있었으며 황씨는 4~5명의 SS요원들에 둘러싸여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보안요원들은 취재진의 사진촬영을 제지하는 등 안전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미측은 황씨가 탈 리무진과 보안요원 탑승 SUV, 선도 승용차등 차량 3대를 사전 준비시켜놓았으며 경찰차가 이들을 인도했다. 공항을 떠난 황씨는 이날은 별다른 일정없이 숙소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는 등 방미 첫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11월4일까지 8일동안 워싱턴에 머무르며 미국 조야에 북한 정권 교체론을 설파할 것으로 보인다.
황씨가 만날 정부측 인사로는 제임스 켈리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거론되고 있으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및 국방부 관계자들과도 면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상원의 제시 헬름스 전 외교위원장, 리처드 루거, 샘 브라운백 의원과 하원의 헨리 하이드 외교위원장, 크리스토퍼 콕스 정책위원회 의장등 의회 인사들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31일에는 하원 별관에서 디펜스포럼이 주관하는 정례 포럼에도 참석한다. 황씨의 워싱턴 일정은 이번 포럼 행사외에는 모든 일정이 비공개로 진행된다. 황씨는 2001년부터 수차례 미국 방문을 시도했으나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경호상의 이유로 정부가 승인해 주지 않아 출국이 좌절돼 왔었다.
<뉴욕.워싱턴DC=김재현.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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