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법률, 종교, 교육을 3대 국정지표로 삼아 국가를 다스리고 있다. 이 가운데 법이 가장 강력한 실행요소이다. 미국법 집행이 엄격하다는 사실은 이미 세계에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미국 법은 갈수록 더욱 엄해지고 시행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다 보면 이따금 법으로만 다스릴 수 없는 인정과 도덕적인 사건들을 보게 된다. 흔히 우스개로
말하는 “법으로 다스리자니 인정이 울고 인정으로 다스리자니 법이 운다”는 그런 류의 사건이다. 이것은 사실이고 바로 법과 사회도덕상의 논란거리이다.
얼마 전 보도된 내용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에 사는 부모를 만나기 위해 어린 자녀들이 캐나다 국경을 통해 밀입국하다 체포된 사건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 어린이의 부모 역시 미국에 살지만 서류 미비자로 체류 신분이 불법인 상태이고, 아이도 마찬가지로 법을 어겨 부모와 자녀가 모두 추방돼야 하는 처지가 돼 버렸다.
또 미국에서 14년간 잘 살아온 김동우씨가 어린 시절 부모를 만나기 위해 밀입국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당국으로부터 추방 령을 받고 구금돼 있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현재 미국에는 상당수의 서류 미비자들이 살고 있다. 또 앞으로도 미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계속 늘어나는 한 이러한 인간적인 사건들은 끊이지 않고 이어질 것이다. 불법신분으로 체류하거나 불법 입국으로 법을 어기는 사례 외에도 인간적인 문제가 얽힌 사건들은 우리 사회에 비일비재하다.
조국에 군사기밀을 제공해 간첩죄로 복역중인 로버트 김씨, 이북의 폭정
을 세계에 알리려다 체포된 스티브 김씨 같은 경우가 바로 그런 예다. 옛부터 한국에서는 세상만사 반드시 법대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미국에서 살다보면 법대로 간다는 말이 오히려 실감난다.
“사흘 굶어 담 넘지 않을 사람이 없다” “먹고살기 위해 담을 넘는다”는 말처럼 어쩌면 이 것이 통하지 않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 아닐까 생각된다. 요즘 한국에서는 해외 이주 열풍이 또 다시 뜨겁게 불고 있다. 그 중에는 호주, 캐나다로 가는 사람도 많지만 올 수만 있다면 미국을 특히 선호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미국은 이제 종전 어느 때 보다 이민법을
더 엄하게 다스리고 있다.
무작정 들어와서는 큰 코 다칠 분위기다. 실제로 신분이 불확실해 어려움을 겪는 한인들을 볼 때 이제는 더 이상 법을 어기면서까지 미국에 들어와 마음 고생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신분으로 인해 기나긴 세월을 고통과 불안 속에서 보내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미국에 오는 한국인들은 국토 보호 및 안보상의 이유로 미국이 이민법을 갈수록 엄격하게 집행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보다 철저히 신분상의 문제를 해결해 오라고 말해주고 싶다.
미국에 한 사람이라도 더 들어오는 것이 한인들의 경제향상과 권익신장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법을 어기면서까지 들어오는 건 좀 무리가 아닐까.당장 우리 앞에는 한인들의 관심이 필요한 인정이 개입된 사건들이 있다.
추방위기에 놓인 김동우씨를 비롯해, 로버트 김, 스티브 김씨 외에 3살 때 미국에 이민와 청소년 시절 범죄에 연루돼 실형선고를 받고 추방위기에 직면해 있는 빌리 김씨, 딸을 방화 살해했다는 혐의로 종신형을 받고 수감중인 이한탁씨, 행패를 부리는 고객에게 총을 발사해 죽인 혐의로 10년이 넘게 옥살이를 하고 있는 장윤수씨, 이들을 어떻게 한인들이 힘을 모아 법집행을 관대히 하거나 구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것은 오로지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과 전문가들이 사건에 적극 참여, 관계기관에 호소하는 그런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인사회 차원에서 여론을 모아 집단적인 서명이나 캠페인을 통해 법의 선처를 요청하는 방법이다. 법에 의해 무조건 희생되는 것을 막겠다고 하는 우리의 여망이 뜨거울 때 법조인들도 마음이 움직여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미국 법이 아무리 강경하다 할지라도 사안에 따라서는 추방도 막을 수 있고, 석방도 될 수 있다.
최근 스티스 김씨도 한인후원회가 벌인 서명운동에 힘입어 판결에서 형량이 낮은 관대한 처벌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거론돼온 옥중의 한인들도 하루속히 한인사회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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