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일 비행기에 탑승하는 나에게는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이 그 어떤 시간보다도 소중한 시간이다. 일정을 정리하기도 하고 밀린 잠을 청하기도 하며, 때로는 시상을 떠올리기도 하는 나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몇 일씩이나 집을 떠나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나 신발까지 벗어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 그런 과정 때문에 공항에 가는 것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내가 비행기에 탑승할 때마다 기대감에 차는 이유는 이륙 시에 느끼는 신비감 때문이다.
바로 그 순간이 시인 이상이 ‘오감도’를 쓴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다. 까마귀가 되어 창공에서 내려다 본 세상을 노래한 이상의 뛰어난 상상력에 동감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지상에 있을 때는 그렇게 크게 보이던 거대한 집들과 길들이 점점 멀어지면서 작은 성냥갑들과 집짓기 놀이 장난감 같이 보이고 끝내는 점이 되었다가 시야에서 사라진다. 내가 창공에서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 성냥갑 같은 집 속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있는 장소가 아주 거대하고 자신에게 닥친 일들이 세상 어떤 일보다 중대하고 힘들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부분에 집착하지 않고 좀 더 높은 곳에서 전체를 바라본다면 그러한 일들이 대수롭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넓게 생각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갖는다면 이 세상은 누구나 살기 좋은 살맛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세상이 모두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면 흰 구름 속에서 날고 있는 내가 탄 비행기를 느낄 수 있다. 솜사탕 같기도 하고, 흰 눈 같기도 한 저 구름 속에 몸을 맡겨보고픈 생각이 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조그만 성냥갑 속에 사는 인생들이 서로 자기가 최고라고 다른 사람들을 미워하고 아옹다옹 다투는 모습을 까마귀가 되어 창공에서 내려다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그림같이 예쁜 성냥갑 속에서 예쁜 꿈을 꾸면서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살맛 나는 세상을 기대하며 하늘의 마음을 품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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