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은 외롭지 않았다. 남가주 일대 삼림 70여만 에이커를 잿더미로 탈바꿈시키고 민가 2,600여채 등 건물 3,000여채를 집어삼킨 화마도 그를 의로운 희생정신을 기리는 추모열기만큼 뜨겁지는 못했다.
남가주 산불 진화작업 도중 숨진 북가주 소방관 스티븐 러커(38)에 대한 영결식이 12일 산라파엘의 마린 베테런스 메모리얼 오디토리엄에서 유가족과 동료소방관 등 수천명이 애도하는 가운데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은 러커가 소속된 노바토 소방서를 비롯해 모데스토·치코·산호세·샌프란시스코·산타크루즈 등 베이지역은 물론 오렌지카운티·뉴욕 등지에서 날아온 동료 소방관 2,400여명과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 당선자 등 모두 3,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90분동안 엄숙하게 진행됐다.
러커 소방관과의 마지막 작별을 아쉬워하듯 이날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하이웨이 패트롤 헬리콥터가 상공을 선회하고 소방차 418대가 메모리얼 오디토리엄 주차장을 꽉 메운 채 도열하는 등 일대 장관을 연출하기 했다. 또 진화용 사다리차 2대가 고가사다리를 내뻗어 아치를 만든 뒤 대형 성조기를 내걸었고 또다른 소방차 뒷창문에는 8x10인치 크기의 러커 소방관 영정과 함께 스티븐 L. 러커를 추모하며, 2003년 10월29일. 그대는 잊혀지지 않으리!라고 쓰여진 사인이 나붙기도 했다.
지난 92년부터 노바토 소방서에서 근무해온 러커는 올해 소방대장 대리로 승진했으며 남가주 산불이 일어나자 진화작업을 자원했다가 지난달 29일 샌디에고카운티의 화재현장에서 순직했다. 유가족으로는 부인 캐시와 아들이 있다.
한편 제프 메스톤 노바토 소방서장은 추모사에서 러커는 시력 때문에 소방차 운전에 맞지 않다는 평가를 받자 레이저 수술을 받아 시력을 고쳤을 만큼 헌신적이었다고 소개한 뒤 한번은 물에 빠진 10세 소년을 구하려다 실패한 뒤 가슴아파한 나머지 숨진 아이의 이름에서 따 아들의 미들네임을 에반으로 짓기도 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러커 소방관에게는 이날 국제소방관협회가 수여하는 ‘명에의 메달’이 추서됐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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