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저녁 7시 훼어팩스 시티 소재 모 라디오 방송 공개홀.
한미동맹 50주년 및 이민 1백주년 기념 포럼이 열린다는 그 시각, 행사장에는 방청객 몇 사람 외에는 텅 비어 있었다.
7시40분. 주최측에서도 행사가 지연되는 뚜렷한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자 참석자들이 투덜대며 발길을 돌리려하자 발표자들이 나타났다. 예정보다 50분이나 늦은 7시50분. 수백석의 좌석에 동포 몇 사람과 한국전 참전용사라는 미 노병 한 사람을 앉혀놓고 포럼은 시작됐다.
김유혁 전 단국대 부총장, 최고의 핵 전문가라는 김태우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4선 의원을 지낸 김현욱 전 국회 외무위원장. 북핵과 한미동맹을 주제로 한 발표자들의 화법은 능란했다. 내용은 새로울 게 없는 재탕이었지만. 8시20분경. 이들과 민간외교사절단이란 명칭으로 함께 방미한 30여명의 서울 손님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와 포럼장에 들어섰다. 냉기는 그제야 좀 가셨다.
이들의 입에서 술냄새가 진동했지만 포럼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상한 행사였다. 거창한 타이틀이나 중량급 발표자들의 위신에 걸맞지 않게 포럼이 열린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언론사에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뚜렷한 이유없이 행사가 늦어진 건 그렇다 치더라도 문제는 이들 민간 외교사절단을 자처한 서울 손님들의 일정이었다. 뉴욕, 워싱턴, 시애틀, 로스앤젤레스를 도는 열흘간의 일정표는 대부분 관광으로 채워져 있었다.
‘민간외교’ 일정이란 고작 김삼훈 주 유엔대사 특강(?), 국방성 방문,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 예방등. 이나마 대부분은 취소됐다.
방미단의 면모는 화려하다. 전 국회의원, 기업체 대표, 전 고위 공직자, 교수등 한국의 사회지도층 인사들로 짜여졌다.
그들의 뒤에서 한 동포 방청객의 낮은 탄식이 다가왔다.
“포럼 명분으로 놀러온 거겠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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