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원숭이 해’라 하여 동남아에서는 갖가지 원숭이 축제가 열리고 있다. 휴양지로 유명한 인도네시아의 발리섬에서 원숭이를 때리거나 학대적인 제스처를 보였다가는 잘못하면 원주민들에게 봉변당한다. 왜냐하면 발리에서는 원숭이를 ‘하누만’이라는 신으로 섬기고 있기 때문이다. 발리의 원숭이 축제와 이때 주민들이 앉아서 손을 흔들며 추는 ‘몽키댄스’는 내셔널 지오그래피에도 자세히 소개된 적이 있다.
원숭이의 세계는 특이하다. 어느 동물보다 보스제도가 뚜렷하다. 음식을 먹을 때도 보스가 제일 먼저고, 잠자리도 가장 좋은 곳을 차지하고, 암컷도 보스가 손을 댄 후라야 젊은 원숭이들이 프로포즈할 수 있다. 무리를 지어 다닐 때도 보스가 젊은이와 암컷에 둘러싸여 폼을 재며 걷는다. 그러나 외부의 공격이 있거나 산불 등으로 집단 대피할 때는 그가 앞장선다.
런던 동물원에서 원숭이 보스의 끗발이 어느 정도인가를 테스트한 적이 있다. 맛있는 과일을 2인자 앞에 던졌더니 보스가 올 때까지 손을 대지 않더라는 것이다. 3이자, 5인자에 대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났다. 일본 규슈의 다까사끼야마 원숭이 그룹 실험에서도 똑같은 모습을 보였다. 아침에 동물원 사육사가 식사를 차려 놓으면 보스가 손을 댄 후라야 다른 원숭이들이 음식을 집었다. 철저한 독재체제고 선거도 없는 영구집권이다.
그럼 보스는 언제 은퇴하는가.
보스가 힘이 빠져 가는 것을 원숭이들은 빨리 눈치 챈다고 한다. 왜냐하면 24시간 함께 지내기 때문에 일거수일투족을 서로 빤히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음식이나 암컷을 놓고 보스가 비실비실할 때 제2인자 원숭이가 과감하게 보스에게 험상한 얼굴을 하며 달려든다. 이때 피나는 싸움을 벌이거나 아니면 보스가 자리를 피함으로써 평화 정권교체를 이루거나 둘 중 하나다.
원숭이들은 보통 10마리에서 20마리씩 한 그룹을 이루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어미젖을 같이 빨고 장난치며 자랐기 때문에 누가 리더 재목인지, 누가 제2인자 제3인자 감인지 이심전심으로 다 안다. 원숭이 세계에서의 쟁점은 음식, 암컷 차지, 잠자리 위치 등이다. 이들은 밤에 자다가 뱀, 치타, 표범에게 물려가기 때문에 잠자리 시큐리티가 매우 중요하며 서열에 따라 안전한 곳을 차지한다.
원숭이는 크게 2종류로 나누어진다. 구세계 원숭이와 신세계 원숭이며 130종이 있다. 구세계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원숭이, 신세계는 남미에 거주하는 원숭이들이며 생김새와 성격, 습관이 완전히 다르다. 보통 우리가 자주 보는 침팬지, 덩치가 크고 이빨이 무섭게 나온 배분, 일본의 스노몽키, 우랑오탄 등은 ‘구세계 원숭이’다. 그리고 새끼 고양이만한 사이즈로 애완용으로 인기 있는 와카리 등은 ‘신세계 원숭이’에 속한다. 신세계 원숭이는 나무에서만 살고 땅에 내려오지 않는다.
원숭이는 어릴 때부터 기르면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며 와카리 같은 원숭이는 주인과 헤어지면 며칠동안 밥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침팬지도 어릴 때부터 길러야 사람 말을 잘 듣지 큰 다음 데려와 훈련시키면 고집만 부리고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다. 기특한 것은 원숭이의 모성애가 인간에 못지 않다는 점이다.
원숭이는 마음만 먹으면 넓은 정글에서 혼자 활개를 치며 살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보스를 택해 구속당하는 생활을 하는 이유는 혼자서는 식량을 구하기 힘들고, 위험을 알려주는 동료가 없어 맹수에게 잡혀먹기 쉽고, 무엇보다 섹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물학자들의 이야기다.
이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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